지방을 서울 처럼 만들면 집값 해결된다
지방을 서울 처럼 만들면 집값 해결된다
  • 경남일보
  • 승인 2020.10.25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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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효 (논설위원)
문재인 정권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부동산 문제다. 엄밀히 말하면 집값이고, 집값 중에서도 아파트 값이다. 아파트 중에서도 서울 아파트, 그 중에 강남권 아파트 값 폭등이다. 정권 초기부터 서울 강남권 아파트 값을 잡기 위한 정책이 시행됐다. 강남권 집값만 잡으면 전국의 집값은 자연스럽게 안정될 것이라고 봤다. 세금을 많이 올리고, 집을 살 수 없게 대출을 규제하면 사람들이 집을 더 이상 살 수 없게 돼 수요가 사라지면 당연히 집값은 내려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전의 정권에서는 해결하지 못했지만 우리는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오만함이 있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고, 그 결과는 집값이 더 악화됐다. 오르는 지역의 집값은 계속 올랐다. 오르지 않는 지역의 집값은 오르지 않거나 내렸다. 모든 정책이 단기처방이었고 무리했던 탓에 부작용이 더 컸다.

문재인 정권의 23번에 걸친 부동산 대책을 보면 세금 강화, 대출규제 등 권력으로 다주택자가 집을 내놓게 압박하는데에만 촛점이 맞춰져 있었다. 겁박(?)하면 다주택자가 집을 내놓게 되고, 매도 매물이 많으면 집값이 내린다는 단순논리다. 1차원적인 사고다. 집은 거주 개념을 넘어, 투자용·노후대비용에, 대대로 증여·상속되는 4차원적 재화다. 단순하게 사고 파는 1차원적 재화가 아니다. 집 가까이 좋은 직장이 있고, 거주여건이 좋고, 가치가 오르는 집에 살고자 하는 욕망은 모두 같다. 이러한 집을 살다가, 자녀에게 물려주고자 하고 싶어 한다.

겁박(?)에도 다주택자들이 정권의 의도와 다르게 대처하는 이유다. 세금 중과에도 집을 갖고 가거나, 자녀에게 증여했다. 내놓더라도 오르지 않는 지역(지방)의 집만 내놓았다. 살기 좋고, 많이 오르고, 임대료가 많이 나오고, 미래가치가 높은 집은 남겨두고 다른 집들을 처분했다. 더 심각한 것은 처분한 자금으로 서울, 가능하면 강남권의 집을 샀고, 사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참모진들 마저도 직을 버리면서까지 서울, 특히 강남권 집을 지키려고 한 것이 단적인 예다. 결과적으로 정권이 다주택자들에게 지방의 집은 모두 처분하고 서울, 그것도 강남권에 집을 사라고 부추긴 셈이 됐다. 이 때문에 서울 집값은 규제대책이 나올 때만 잠시 주춤거렸을 뿐 또다시 치솟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그러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의 뜻)을 해서라도 서울에 집을 사려고 한다. 서울 아파트는 지금 패닉바잉(공황구매)이다. 집값 안정화 대책이 역효과만 나타내고 말았다. 서울 및 서울 근교 수도권, 광역시 일부, 즉 살기 좋고, 가치가 있는 지역은 신축·구축 가리지 않고 가격이 계속 치솟는다. 반면 오르지 않는 지방은 계속 오르지 않는다. 특히 구축은 폭락세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신축과 구축 간의 집값 양극화가 더 심화됐다.

좋은 집에 살고자 하는 욕망, 계속 오르는 지역에 집을 사고자 하는 심리는 규제와 억압으로 누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좋은 일자리가 많고, 돈이 몰리고, 교통·교육·문화·의료시설이 좋은 곳에 집을 사서 살고자 하는 욕망은 누구나 갖고 있다. 본질적 욕망이다. 대한민국에는 이 욕망을 상대적으로 높게 충족시키는 곳이 서울과 수도권 일부지역이다. 그러니 이곳에 몰리고, 집값이 폭등할 수 밖에 없다. 욕망이 자연스럽게 분산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규제 보다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인구·돈·산업 등을 분산하는 게 먼저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대책도 백약무효(百藥無效)다. 지방도 서울 못지않게 돈과 일자리, 거주여건 등이 좋으면 굳이 서울로 길 이유가 없다. 서울에 사람이 몰리지도 않으면, 집값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분산과 균형발전을 통해 지방을 서울처럼 만들면 집값 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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