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아 작가 ‘Room 401’ 전 "헌 옷이 미술작품으로"
김윤아 작가 ‘Room 401’ 전 "헌 옷이 미술작품으로"
  • 박성민
  • 승인 2020.11.16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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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까지 진주 수류헌
기억이 맞다면 초록색 페인트로 뒤덮인 문 이였다.

막 서른이 되던 해 였고, 그만 살고자 했던, 청춘 한복판의 흔한 작심이 뱃속에 철 기둥처럼 세워져 있었다. 며칠 만에 들어 온 숙소였다. 길을 잘못 들어서 혹시 같은 곳을 뱅글뱅글 돌고 있진 않은 걸까 의심될 만큼 같은 풍경만 이어지던 며칠 내내 만난 건 뜬금없이 나타난 맥도날드 하나가 전부였다. 허기를 채우고 언제 다시 문명의 이기를 만날지 기약 없는 상황에서 두 번째 만난 곳이 모텔 이였다. 넓게 자리 잡은 땅 위에 띄엄띄엄 단층의 나무집이 여러 채 있었고, 입구 쪽에 그보다 조금 더 작은 사무실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 싱글룸을 하나 달라고 하자 별다른 말 없이 카운터 위에 열쇠를 하나 올린다.

오렌지 보다 조금 더 붉고 어두운 컬러의 머리칼을 가지고 있던 여자는 매뉴얼 읽듯이 열쇠와 관련된 주의사항을 주었고, 분실 될 경우를 대비한 보증금 50불을 요구 했다. 그깟 열쇠 보증금 치고 비싸다는 생각을 했지만 토를 달아봐야 또 다른 매뉴얼을 읊을 게 뻔한 상황 에서 의미 없는 일 이였다. 더구나 어차피 죽기로 작정한 거 아니었나. 조금 있으면 분명히 배를 찢고 터져 나갈 종양 같은 게 온 몸을 부풀게 하고 있었고, 더 이상 헐렁하게 입은 옷 따위로 가려질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몸이 부패하면서 내뿜는 가스는 향수를 뿌릴수록 지독해졌다. 나를 지나는 사람들이 모른 척 지나갔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들도 그 냄새를 맡았을 것 이란 걸.

김윤아 작가가 오는 12월 31일까지 진주 수류헌에서 ‘Room 401’ 전시회를 연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헌옷을 매체로 탈색과 염색을 반복 후, 꼬거나 비틀어서 채워진 침대를 신작으로 발표했다. 김 작가는 “비교적 작은 공간 이였고, 이 공간과 맞는 전시를 보이고 싶었다. 고민 끝에 한 번 쯤은 해보고 싶었던 이야기를 끄집어 낼 수 있었다”며 “쉽게 수치화 되는 시스템 안에서 유실되는 사적 기억과 가치를 환기 시키는 것들에 주안점을 두고 작업해 온 작가는 이 이야기를 유령으로 치환 시켜 주로 헌 옷이라는 매체와, 회화 작업으로 시각화 시켜오고 있다”고 전했다.

박성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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