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과학을 뒤덮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정치가 과학을 뒤덮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 경남일보
  • 승인 2020.11.30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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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호(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2005년 설립 이래 진보·보수를 떠나 과학계 이슈에 대한 바른 소리를 내왔던 ‘바른 과학기술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은 “정치가 과학을 뒤덮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라는 성명서를 내면서 “정책 결정의 정당화를 위해 과학기술 결과가 조작되고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과학기술 전문가 소리는 묻히고 매도되고 있다”라며 정부의 김해신공항 백지화에 대하여 경고했다. 이에 앞서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는 최종보고서 발표의 결론 부분에서 “동남권 관문 공항으로 김해신공항은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라며 애매하게 발표를 하였다. 정부 여당에서 백지화로 해석하여 가덕도 신공항건설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은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의 ‘신공항 검토 지시’가 있은 다음 본격 논의가 시작되었다. 이명박 정부의 백지화 결정 후 잠잠하던 신공항건설에 대한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신공항건설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영남권 5개 시·도지사의 공동발표를 통하여 “신공항건설을 위하여 함께 노력하고, 정부의 공항 입지선정 용역 결과를 수용한다”(2015년 1월 19일, 뉴시스)라고 하면서부터다. 이에 34억 원의 예산으로 외국 전문기관에 용역 의뢰하였다. 용역 결과(2016년)는 ‘1위 김해, 2위 밀양, 3위 가덕도’로 나와 김해를 신공항으로 선정한 것이다.

시장의 당적이 바뀌었다고 합의문을 파기하였다. 2018년 지방선거로 부울경 3개 시도지사가 민주당 소속으로 바뀌었다. 오거돈 부산 시장이 공동합의문 파기와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먼저 들고나온 후 울산과 경남이 이에 동조하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초부터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였다. 지난해 2월 부산 경제계 인사들과 오찬에서 “부산 시민들이 신공항에 대해 제기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라며 김해신공항 백지화의 애드벌룬을 띄우면서 백지화의 수순은 예상된 것이었다.

문제는 ‘왜 동남권 신공항을 가덕도로 변경하는가’이다. 원칙과 절차가 없다. 첫째, 10조 원이 넘는 대형 국책사업을 손바닥 뒤집듯 할 수 없다.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의 검정결과도 정권의 입맛에 맞추기에 급급한 듯하다. 국가의 공신력으로 시행하는 검증은 명확한 자료 분석으로 분명한 결과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검증 결과는 모호할 뿐만 아니라 확실한 자료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월성 1호기 폐쇄의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이 감사원 감사 결과 나온 바 있다. 둘째, 설령 그 검증 결과가 공정했다 해도 그 다음 후보지는 당연히 2위가 되어야 한다. 일언반구의 설명도 없이 3위에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면제시켜 가덕도로 정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다. 이 무슨 해괴한 막무가내식 행정절차인가. 셋째, 가덕도도 부산이요, 김해공항도 행정구역상 부산이다. 지역균형발전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TK(대구·경북)와 갈라치기한 것이다. 지역분열만 남는다.

신공항 건설은 대형 국책사업이다. 이용자의 접근성과 활용도, 경제성 등의 기준에 따라 공정한 절차를 거쳐 최적의 입지를 선정해야지, 결코 지역 안배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수도 이전 공약으로 “선거에 재미 좀 봤다”라고 하였다. 백년대계의 국책사업을 선거에 이용한 것이다. 이번 결정 또한 삼척동자도 부산 시민에게 표를 구걸하는 행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물론 정치란 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일말의 양심과 애국심이 남아 있다면 국익은 생각해야 한다. 정책 결정의 정당화와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과학기술 결과를 조작하면 “국가적 재앙을 맞을 것”이라는 과실연의 말을 새겨야 한다.
 
이웅호(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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