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중 사이  ‘줄타기 외교’ 경계한다
[기고] 미·중 사이  ‘줄타기 외교’ 경계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21.04.2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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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 부산대 명예교수 한·유럽연합포럼 자문위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미·중간 ‘줄타기’를 하는 한국 외교가 곳곳에서 삐걱거리고 있다. 미국와 중국이 패권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한국 행보를 보면 무엇보다 한·미 동맹을 소흘히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3월 초 임명된 정의용 외교부장은 우리가 모든 나라에 공정성을 유지해야한다는 표현을 했다. 국제사회는 국가 이익과 국가 안보만을 최고 가차치 삼는 냉정한 권력 투쟁의 장임을 알고도 그러한 표현을 했을까. 아니면 어떤 특별한 구상이 있어서 했을까. 1938년 영국 쳄버래인 수상의 유화정책의 결과가 어떠했던 것인지를 환기해 볼 것을 제언한다.

최근 잇따라 열린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와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미·중 사이에 낀 어정쩡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중국 외교부장의 초청으로 양국 장관 회담이 열린 중국 푸젠성 샤먼(厦門)은 중국·대만간 대립이 격화될 때 중국이 전략회의를 하는 곳이다. 최근 미·중 패권 다툼이 격화되고 있는 대만을 지근 거리에 둔 곳으로 한국 외교장관이 달려간 것은 부적절한 처사였다.

우리의 외교를 전개할 때 무엇보다 지정학적 고려를 해야 한다. 중국은 17세기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을 거쳐 우리를 짓밟았고, 20세기 중반에 ‘항미원조’라는 미명아래 우리를 침공, 살육한 나라다. 21세기에는 시진핑 중국이 사드요격미사일 (THAAD) 추가 배치를 비롯한 우리의 안보정책 자체를 비난하면서 ‘한한령’이란 괴물 같은 선물을 보냈다. 그 직후 한국은 한술 더 떠 ‘3불정책’을 시진핑에게 선물했다. 중국은 최근에 노골적인 문화 침략까지 시작했다. 대만·중국 관계는 지금 전쟁일보직전 상황이다.

최근 고위 외무 당국자들은 한·미 동맹의 의의를 깎아내리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주미 한국 대사는 “한국은 70년전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70년간 미국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고, 국립외교원장은 한·미 동맹을 ‘가스라이팅(타인의 심리를 조작해 그 사람을 지배하는 행위)’에 비유해 “한·미 동맹이 중독되어 있다”고 했다. 이들 발언은 한·미 동맹의 균열을 촉진하고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하는데 필요한 공동 전략을 좌초시킬 수 있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민주주의 가치 동맹을 외교의 중심축으로 삼고, 이 가치 준수 여부를 기준으로 적과 아군을 구분한다는데 특별히 주목해야 한다. 새로운 국제질서를 추구하는 중국몽(夢)과 끝이지 않는 북핵·미사일에 대비하는 외교 전력을 시급히 짜야 한다. 한국은 미·중 경쟁 틈에서 양다리를 걸치지 말고, 주체적인 외교 노선을 펼쳐야 한다. 국제 사회에 요행은 없다. 미·중간 줄타기 외교에 머문다면 한국은 원하지 않는 고립만 자초할 것이다.

 
허만 부산대 명예교수 한·유럽연합포럼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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