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미술관 기어이 서울에 짓는다

정부, 용산·송현동 부지 2곳 후보지 결정
지역민 간절한 ‘빌바오 효과’ 염원 외면
“문화예술도 지방 불균형 가속화” 비판

정부가 건립할 이른바 ‘이건희 미술관’ 후보지가 서울로 결정, 지역민의 간절한 유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지역에서는 “문화예술마저 망국적 수도권 중심주의로 지방 불균형이 가속화됐다”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황희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건희 기증품을 한 곳에서 전시하는 기증관 건립 후보지로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부지와 국립현대미술관 인근 송현동 부지 2곳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방안’에 따르면 별도 전담팀과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활용위원회는 기증품 2만 3000여점을 통합적으로 소장·관리하기 위해 별도의 기증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위원회는 국립중앙박물관 용산 부지와 국립현대미술관 인근 송현동 부지가 최적이라는 의견을 문체부에 제안했다.

문체부는 앞으로 관계기관과의 협의, 위원회의 추가 논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부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건희 컬렉션은 오는 21일부터 공개되며 내년 하반기부터 지역과 국외 전시도 추진된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국가기증 이건희 기증품 특별 공개전’을 21일 동시에 개막한다. 문체부는 지역에서도 이건희 기증품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내년 하반기부터 연 3회 이상 지역별 대표 박물관·미술관 순회 전시를 순차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건희 미술관 수도권 건립은 사실상 예고됐다. 황희 장관은 이건희 미술관 건립 위치와 관련해 “많은 국민이 보도록 접근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며, 지방에 유치할수록 유치 과열 경쟁으로 엄청난 국고 손실이 우려된다”고 발언하여 지역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부울경 국회의원들은 지난 5월 “문체부가 ‘이건희 컬렉션’을 위해 수도권에 건립하겠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문화·예술 분야 수도권 초집중과 과밀화를 더욱 부채질해 비수도권 지방민들의 문화적 소외감과 박탈감을 확대하고, 문화적 불균형과 양극화를 가속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진주시 이건희미술관유치위원회, 진주문화원, 한국예총진주지회 등도 “황희 장관의 입에서 지역을 홀대하고 무시하는 가당치 않은 발언이 마음을 후벼파고 있다”며 “비수도권으로의 유치는 꿈도 꾸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무지한 발언”이라고 했었다.

한편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위해 그동안 전국 10여개 이상의 지자체가 공을 들였다. 경남에서는 창원시와 진주시, 의령군이 제2의 ‘빌바오’를 꿈꾸며 유치전을 벌였다. 쇠락해가던 스페인 빌바오 시는1997년에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하여 한해에만 100만명이 찾는 세계적인 문화관광·디자인 도시로 탈바꿈했다.

이홍구기자 red29@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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