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에 꽂힌 LH 개편안…“진단 먼저” 신중론 대두
‘해체’에 꽂힌 LH 개편안…“진단 먼저” 신중론 대두
  • 하승우
  • 승인 2021.08.22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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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공청회 母子수직분리안에 참가자들, 반박·부정적 의견
정부가 공청회를 열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조직을 주거복지 부문을 모(母)법인으로, 토지·주택 개발 부문을 자(子)법인으로 수직분리하는 개편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참가자들은 모자 구조로는 LH 조직에 대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LH 조직 개편은 섣부르게 급하게 하지 말고 면밀한 실사나 분석을 거쳐 정확한 진단 하에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신중론이 대두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일 국회에서 LH 조직 개편안 공청회를 열고 LH를 모자 체제로 개편하는 안을 정부안으로 제시했다. 이 검토안은 법무법인 태평양이 만든 것이다.

앞서 정부는 LH 조직 개편과 관련해 3가지 안을 내놓은 바 있다.

제1안은 주택부분+주거복지부분, 토지부문 등 2개 조직으로 나누는 방안이고 제2안은 주거복지부문, 주택부문+토지부문으로 분리하는 안이다. 제3안은 주거복지부문을 모회사로 만들고 주택부문+토지부문을 자회사로 두는 안이다.

태평양은 이날 공청회에선 제3안을 가장 합리적인 안이라고 제의한 것이다. 이는 정부가 생각하는 최적안이기도 하다. 태평양은 “주거복지와 개발 부문의 공공기관 지정을 통해 각 부문별 정부 통제를 받도록 하는 동시에 주거복지 부문이 개발 부문을 통제하는 이중 통제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발 이익을 주거복지 부문에 배당하도록 규정해 주거복지 부문이 개발이익을 환수하고 안정적인 주거복지 투자 재원을 확보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 방식으로 조직을 개편하면 국세나 지방세 등의 특례 입법도 가능하고 법인세 연결 납세를 적용함으로써 세 부담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태평양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에선 제3안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참가자가 많았다.

이강훈 참여연대 변호사는 “정부가 왜 LH 조직을 개편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해야 할 것 같다”며 “이 개편안은 LH 조직의 견제와 균형을 강화할 방안이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모자 구조에선 모회사가 자회사에 대한 인사권도 없어 통제가 안 될 것이며, 자회사의 이익을 모회사로 뽑아 올려야 할 텐데 그 과정에서 저항이 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LH 땅투기 사건에 정치권이 너무 과잉반응해 LH에 대해 ‘해체’라는 말을 언급해서 그쪽으로 가야 하는 것처럼 됐다”라며 “자산 파악도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조직 개편을 추진하는 것인데, 100억원짜리 회사도 이렇게는 안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이런 조직 개편으로는 3기 신도시 조성 사업은 차질이 생길 것이고 취약계층 주거불안은 더 가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용창 서울대 교수는 “토지와 주택을 분리하는 것은 시대상황에 맞지 않고, 결국 제3안으로 가야 하는 상황인 것 같다”라면서 “그러나 LH 조직 개편에는 공익적 요소를 보장하고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것을 명확히 하면서 개발이익이 반드시 주거복지에 쓰이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규섭 삼일회계법인 회계사는 LH 조직 개편에서 수익 구조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회계사는 토지 등 개발이익으로 주거복지의 손실을 때우는 교차보존 방식과 관련해 “2030년까지는 3기 신도시 개발이 계속돼 개발이익과 임대손실이 상쇄될 수 있겠지만, 그 이후에는 LH가 적자 전환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도 부정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정부가 ‘해체’ 수준의 개편안이라는 얘기에 매몰돼서 날짜에 쫓겨 이같은 안을 만든 것 같은데, LH 조직 개편은 정밀한 수술을 하듯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당 홍기원 의원도 “조직개편안의 첫 단추가 잘못된 것 같다”며 “LH를 수직이든 수평이든 나누는 것만 아니라 기존 조직을 두고도 잘 할 수 있는 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석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주거복지를 재정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교차보전을 축소하는 것이 하루아침에 되지 않고 사회적 공감대도 있어야 하고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의 고민도 해야 한다”며 “(주거복지) 재정확보 측면에선 수평보다는 수직 분리가 낫다”고 말했다.

하승우기자·일부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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