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권이양 속도…사면 등 고비도 남아
文, 정권이양 속도…사면 등 고비도 남아
  • 이홍구
  • 승인 2022.03.29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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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비 상정·인사권 등 명확한 정리 안돼
청와대 안팎 “사면권 행사 않을 것” 추측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회동이라는 관문을 통과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에서 차기 정부로의 향후 정권 이양 작업도 한층에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신·구 권력의 극한 대립을 일단 봉합하는 모양새를 갖춘 만큼 이제 실무협의 담당자들도 부담을 덜고서 ‘진도’를 나갈 수 있다는 것이 청와대의 생각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까지 몇 차례의 큰 고비는 남아있다는 관측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이번 회동 테이블에 오르지 못한 이명박(MB) 전 대통령 등의 사면 문제를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숙제로 남아있다.

또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위한 예비비 국무회의 상정 문제, 인수위의 정부조직법 대응 방안 등을 두고도 문 대통령이 계속 정치적인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MB사면 여부에 정치권 촉각=남은 임기 문 대통령이 사용할 수 있는 정치적 카드 가운데 가장 파괴력이 큰 것으로는 단연 특별사면을 꼽을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 임기 종료일인 5월 9일 하루 전날이 석가탄신일인 만큼, 이를 계기 삼아 문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이나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을 사면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면을 하든 하지 않든 그 자체가 국민들에게 던지는 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메시지’가 될 수 있으며 어느 쪽이든 문 대통령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전날 사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음에 따라 현재로서는 청와대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29일 통화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만일 어제 회동에서 윤 당선인이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요청했다면 문제가 다르겠지만, 전혀 사면이 논의되지 않은 가운데 문 대통령이 먼저 사면에 나서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동시 사면을 할 경우 ‘끼워넣기 사면’을 했다는 비난에 처할 수 있고, 그렇다고 김 전 지사를 제외하고 이 전 대통령만 사면하면 지지자들의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어느 쪽도 쉽지 않은 ‘양날의 칼’인 셈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면 가능성을 닫아둬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국민통합’의 관점에서 사면을 결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문 대통령으로서는 새 정부에 부담을 넘기는 대신 자신이 ‘결자해지’를 해야 한다는 생각도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역시 지난해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두 분의 전임 대통령이 수감돼 있는 이 사실은 국가적으로 매우 불행한 사태”라며 “두 분 모두 연세가 많고, 건강이 좋지 않다는 말도 있어 아주 걱정이 많이 된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이 전 대통령을 위한 마지막 결단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예비비 실무협의·정부조직법 등 ‘뇌관’=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으로 초유의 신·구권력 간 ‘치킨게임’ 양상은 일단 봉합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양측의 감정의 골이 완전히 메워진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언제든 다시 갈등이 점화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당장 전날 ‘실무협의’로 풀어가기로 한 집무실 이전 예비비 문제나 인사 문제 등이 다시 뇌관으로 부상할 수 있다.

윤 당선인 측이 세부 계획을 세워온 뒤에도 문 대통령이 ‘면밀한 검토’를 명분 삼아 예비비 의결을 늦춘다면 윤 당선인의 ‘용산 시대’ 구상도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인사권 문제 역시 감사원의 ‘신·구 권력의 협의 없이는 감사위원을 제청하지 않겠다’는 입장 표출에 따라 일단은 윤 당선인 측에 실질적인 인사 주도권이 넘어간 모양새지만, 그럼에도 말끔하게 사안이 정리된 것은 아니다.

여권 일각에서 감사원의 입장 표명은 ‘원론적 수준일 뿐’이라는 분석을 내놓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다시 감사위원 인사권 행사를 모색해볼 수 있을 뿐더러,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이나 다른 공공기관 인선 문제 역시 언제든 갈등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수위가 내놓을 정부조직법 개편안이나 새 정부 첫 내각 구상 등을 두고 여야가 격돌한다면, 정치권에서 문 대통령에게 이에 대한 입장을 정하라는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

이런 문제들이 불거졌을 때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과 다시 각을 세우게 된다면 정부 인수인계 작업 역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이홍구기자·일부연합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대화한 뒤 함께 만찬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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