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턱없이 부족한 연 1조원 지방소멸대응기금
[경일시론]턱없이 부족한 연 1조원 지방소멸대응기금
  • 경남일보
  • 승인 2022.10.06 15: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수기 (논설위원)
이수기 논설위원


지금 한국은 지방소멸로 가는 사회적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인구절벽에 수도권 몰림의 일극집중 블랙홀 현상에 놓여 있다. 현 속도라면 25년 후는 전국의 지방 모든 시군구가 소멸 위험군에 포함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지방소멸의 원인은 분명하고, 원인은 어찌 보면 단순하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수도권이 젊은 인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것이 근원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농어촌 청년이 좋은 일자리, 좋은 학교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는 데 있다. 균형발전이 말뿐인 구호에 그치자 수도권이 지방의 사람, 자본을 빨아들이면서 아기 울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고, 그나마 수명이 늘어난 노인들이 간신히 지방을 지켜오지만 이제 생존의 한계점에 다가와 있다. 사람, 재화가 한곳에 몰리는 수도권 공화국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는 지방의 현실이 먹먹하게 다가온다.

지방의 젊은 인구가 대규모로 유출되는 데는 이른바 명문대, 좋은 일자리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으니 백약의 무효는 당연한 결과다. 수도권 대학으로 지원자가 몰리는 가장 큰 이유가 취업이라는 점에서, 두 요인의 뿌리가 같다. 지방소멸은 수도권 집중과 동전의 양면 같아 인구가 전체의 절반을 넘어 심각한 불균형 속에 지방은 인구 유출로 존폐를 걱정하고 있다. 수도권은 인구 집중 탓에 주거 교통 등 삶의 질이 떨어지는 악순환을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 지난 2019년 기준으로 17개 광역시도, 228개 시군구와 3542개 읍면동의 소멸위험지수 계산에서 2013년 75개에서 올해는 전국 지자체 절반인 113개 지역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지방서 대도시권으로 인구 이동이 많았던 시기는 지금까지 세 차례다. 1960년대의 급속한 도시화와 고도 성장기, 1980년대 후반의 거품 경제기, 200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다. 경남과 부산, 울산을 잇는 동남권 566개 읍면동 중 60%에 해당하는 343개가 2024년에 소멸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연구보고서는 충격적이다. BNK경제연구원의 ‘동남권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발전과제’ 연구보고서에서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드는 2024년에 이 같은 상황이 재연될 우려가 높다고 분석했다.

지역균형 발전이란 모두가 잘사는 길이란 차원에서 정부가 올해와 내년 지방소멸대응기금 지원을 결정했다. 기금 예산은 매년 1조원이며, 기간은 2031년까지 10년이다. 행안부의 2022·2023년도 지방소멸대응기금 배분금액을 보면 인구감소지역 89곳은 등급에 따라 2년간 최소 112억원(올해 48억, 내년 64억원)에서 최대 210억원(올해 90억원, 내년 120억원)을, 인구감소 위험이 관심지역 18곳은 최소 28억원(올해 12억원, 내년 16억원)에서 최대 53억원(올해 23억원, 내년 30억원)을 각각 받는다. 정부가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한 사업이지만, 얼마나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인구가 줄고 재정이 열악한 지역에 자칫 ‘돈 나눠주기’에 그칠 공산이 크다. 문제는 정부가 매년 지원하는 금액이 10조원도 아닌 1조원의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 지방소멸을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지난 16년간 출산장려를 위해 280조 원을 쏟아부어도 올 2분기 출산율은 0.75명까지 급락처럼 실패 우려있다.

지방을 젊은이들은 물론이고 노인들도 살 만한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젊은 층은 일자리가 중요하고, 노인들은 아플 때와 생필품 구입에 문제가 많다. 보건지소에서 독감 예방접종 등의 정도만 가능할 뿐, 긴급상황이 발생하거나 만성질환을 앓는 노인은 누군가 모시고 인근 대도시까지 차로 1시간 거리로 나가야 한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혼자 병원 가는 건 엄두를 못 낸다. 공공기관 2차 이전, 수도권 일류대학 지방이전 등을 서두르고 지역 인재 채용 비율을 늘리고 젊은 층의 선호도가 높은 디지털 산업이 지방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행정·재정적 지원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지방도 수도권과 같은 주거·보육·문화 인프라를 조성해 정주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함이 시급하다. 지방 소멸의 위기가 빨라지고 있음을 감안, 더 늦기 전에 절박한 현실에 대해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몰락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3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