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초대석] 이성석 진주 남가람박물관장
[문화초대석] 이성석 진주 남가람박물관장
  • 백지영
  • 승인 2022.12.11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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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작가, 세계 미술판 이해해 ‘우물’ 벗어나야”
경남 첫 미술 비평서 개정·증보판
‘나는 오늘도 미술관에 간다’ 발간
작가·큐레이터·평론 경험 집대성
18일까지 연계전시 ‘미학패러독스’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미술을 전공하고 직업으로 삼았지만 명문대 출신 소위 ‘사단’들이 문화 예술계 이권을 독식하는 우리 사회에서 구조적 모순을 극복하고 그림만 그리며 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국내에 큐레이터가 제도화하기 이전 1세대 큐레이터로서 경남도립미술관에서 학예연구사 일을 시작했다. 전문가와 비견할 바는 못 될지언정 제법 행정력과 기획력을 갖춘 덕인지 분주한 일도 오락처럼 즐겁게 느껴졌다.


미술 작가와 작품을 연구하는 큐레이터로서 삶을 계속하면서, 학예 연구와 새로운 전시 기획을 위해 세상을 바쁘게 누볐다.

이성석(61) 진주 남가람박물관장이 38년간의 창작 활동과 23년간의 큐레이터·미술평론가 경험을 집대성한 미술 비평서 ‘나는 오늘도 미술관에 간다’를 지난 10일 출간했다.

앞서 지난 2016년 세상에 내놓은 경남 최초 미술비평서 ‘미술, 철학의 입다’의 개정 증보판으로, 그간 도내에 다른 미술비평서가 발간되지 않았던 만큼 도내 ‘2호’ 미술 비평서다. 6년 만에 내놓은 책은 기존 1권에서 3권 분량으로 분량이 대폭 늘면서 쪽수만 768쪽에 달한다.

발간을 앞둔 지난 7일 진주시 내동 남가람박물관에서 만난 이 관장은 이번 개정 증보판 출간이 일종의 ‘소명’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이 관장은 “예술가를 비롯해 미술관, 평론가, 큐레이터, 미술사가 등은 많은 일을 함께 해야하는 공동체지만 각기 독립군처럼 움직이고 있다”며 “국내에 그나마 현존하는 협업은 유명인에게 편중돼 있고, 여기에서 소외된 지방 작가들은 위축돼 있다”고 지적했다.

각 분야를 경험하며 거시적 관점에서 미술계를 바라보는 눈을 지니게 된 만큼, 그간 달라진 생각들을 미술을 하는 동료들과 나누고 싶었다.

“이 책을 통해 더는 지역 예술가들이 ‘우물 안 개구리’ 소리를 듣지 않기를 바라요. 미술학·미술사학·미학 등 3개 학문적 시각에서 어떻게 예술을 표현해야 하는지, 전 세계 거대한 미술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요.”

예술은 혼자만의 세계를 그리는 거라고들 하지만, 세상에 작품을 봐주는 사람이 없다면 그 의미가 퇴색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예술가의 생각을 시각화한 작품이 감상자에게 어떤 감동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간에는 이러한 지론을 반영한 작가·작품론, 전시론, 칼럼 등을 담았다. 1권은 현대미술의 트랜드를 읽을 수 있는 “동시대 미술 ‘판’”, 2권은 미학적 가치를 통해 한국적 세계관을 보여주는 “오래된 미래”, 3권은 한국의 현역 작가들의 창작 지평을 보여주는 “히스토리-K 플랫폼”으로 구성됐다.

책 속에 언급된 작가만 2000명에 달하는데, 이 관장은 그중 작가 38명의 작품을 공수해 오는 18일까지 연계 전시 ‘미학 패러독스’를 남가람박물관에서 개최한다. 책 속 평론이 담긴 작품을 전시에서 직접 만난다면 공감이 극대화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광화문에 세종대왕상을 세운 조각가 김영원, 세계 무대를 장악한 김아타, 까뉴 국제회화제 대상 수상자 김용식, 지난해 대한민국미술인상을 수상한 하미혜, 최근 NFT 작품이 6억 원이 넘는 가격에 낙찰된 마리킴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출판·전시 여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대중서가 아닌 탓인지 책 발간을 함께하겠다는 출판사를 찾기가 쉽지만은 않았고, 2년 전에는 암 진단까지 받으면서 투병과 집필을 병행해야 했다. 다행히 지금은 암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회복 중인 상태다.

이 관장은 “투병을 통해 인생의 의미·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며 “‘호사유피 인사유명’이라는 말처럼, 내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글’을 통해 도내 미술인들이 ‘어려워야 예술이다’라는 말에서 벗어나 ‘행복한 예술인’이 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밝혔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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