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문해력
[천왕봉] 문해력
  • 경남일보
  • 승인 2023.01.1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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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모 (논설위원)
최근 ‘사견’이란 낱말 하나로 교사와 학부모가 크게 싸울 뻔했던 사연이 보도됐다. 선생님이 늘 정치 얘기를 한다는 아이 불평에, 학부모가 정치적 사견을 삼가주셨으면 하고 정중히 말했다. 사견이 그릇된 생각이나 사악한 의견을 뜻하는 ‘邪見’인 줄만 알았던지 교사가 발끈해한 것. 문해력의 문제였다.

▶랩 가수 노엘이 만든 라이크유란 노랫말의 ‘하루이틀삼일사흘 일주일이...’란 부분도 논란이다. 이틀 다음에 삼일, 그 다음에 사흘을 넣었으니 사흘이 4일인 줄 아느냐는 거다. 고유어 사흘은 2020년에도 신세대 입질에 한번 오른 적이 있다. 월요일이 끼인 ‘사흘 연휴’란 보도에 3일간 쉬는데 웬 4일간이냐는 거였다.

▶‘심심한 사과’를 심심해서 드리는 사과쯤으로 아는 청소년들의 낮은 문해력에 혀들을 찬다. 하나 금일을 금요일로 알고, 고지식하다고 하면 높은 지식의 소유자로 알아듣는 젊은이들만 딱한 세대가 아니다. 식집사, 돼지런하다, 캘박…. 이렇게 시시각각 만들어지는 신조어를 국어선생님이나 학자들은 그때그때 따라가고 있을까. 대통령의 지시로 향상될 문해력 문제가 아니다.

▶참고로 위 식집사는 집에서 반려 식물 키우는 사람, 돼지런하다는 굼뜬 이가 음식 앞에선 ‘돼지처럼 빠르고 게걸스럽다’란다. 캘박은 캘린더+박다로, 폰의 달력 앱에 일정을 저장한다는 뜻임을 어쩌다 알게 됐다. 생각하면 이런 신식말 모르는 ‘골이 따분(고리타분)’한 사람이나, ‘사견’에 개인 생각이나 의견 뜻도 있는 줄은 모르는지 화부터 내는 젊은 교사가 딱하긴 일반이다. 문해력, 어찌하면 좋을까.
 
정재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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