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구성주의와 초등교육
[경일춘추]구성주의와 초등교육
  • 경남일보
  • 승인 2023.05.0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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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인태 시인·교육학 박사
오인태 시인·교육학 박사


지식을 습득하고 배우는 학습자가 지식을 어떻게 이해하고 수용하느냐를 중시하는 ‘구성주의’는 지식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학습자마다 그 의미를 달리 구성해서 수용한다고 여긴다.

구성주의는 교육에서 가르침보다는 배움을 중시하고 배움의 주체, 곧 학습자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설계한다. 지금 우리 교육이 구성주의를 실천하고 있느냐, 지식 자체를 절대시하는 구조주의를 답습하고 있느냐를 떠나서 구성주의는 현대교육의 원리가 되다시피 했다. 현대 국가가 대부분 민주주의를 정체로 삼는 것처럼. 민주주의가 존속하는 한 구성주의 교육을 폐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학습자 중심 교육이라면 배움의 주체인 학습자를 먼저 알아야 한다. 구조주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학습자를 이해해야 학습자에게 맞는 학습 내용을 조직하고, 효과적인 학습 방법을 구안할 수 있지 않겠는가.

몇 년 동안 교대에서 시간강사로 강의하면서 초등교사는 학습자, 곧 아동에 대한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초등교육은 학습자 변인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 학위논문도 교육학이 흔히 다루는 교육내용이나 교육 방법이 아니라 교육 대상, 곧 아동에 관한 연구였다. 초등교사가 아동 전문가가 되지 못하고 스스로 초급 지식전달자로만 역할을 한정한 탓에 바깥에서도 초등교사를 낮은 수준의 지식전달자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 초등교육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 급기야 교육대학 폐지까지 들먹이는 지경까지 와버렸다.

교사의 역할을 단순히 지식을 잘 전달하는 것으로 매긴다면, 요즘은 지식이라는 것 자체가 무용할뿐더러 그것을 습득하는 방법도 학교 교육을 통하지 않고도 널려있다. 지식 전문가는 학교밖에 더 수두룩하다.

열린교육, 학습하는 방법의 학습, 자기주도적 학습, 역량 중심 교육, 배움 중심 교육 따위는 구성주의 교육의 또 다른 표현일 뿐이다. 이번에 진주교육대학교와 우리 총동창회가 함께 뜻을 모은 ‘100년 더 발전기금’은 통상 입학과 졸업 때 개인에게 지급하는 그런 장학금이 아니라 주로 재학 중에 초등교사로서 전문성 계발을 위해 교수와 학생이 함께하는 연구회나 해외연수 같은 프로그램을 지원하려고 만들었다.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총동창회나 개별 동문의 기부는 모두 이 기금에 수렴하는 것으로 설계했다. 운영도 대학과 총동창회가 동수로 이사회를 구성해서 하기로 합의했다. 초등교육의 정체성을 지키지 못한 대가를 치르는 일은 교사 정원 감축 등, 현장에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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