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연 작가 ‘거울은 소녀를 용서하지 않는다’ 출간
이우연 작가 ‘거울은 소녀를 용서하지 않는다’ 출간
  • 여선동
  • 승인 2023.05.3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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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미학과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독일 미학을 전공하고 있는 이우연 작가가 ‘거울은 소녀를 용서하지 않는다’(출판하우스 짓다, 351쪽, 1만 5000원)를 출간했다.

책은 작가의 용서에 관한 이야기 소설이다. 이 글에서 누군가의 쉬운 용서가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절망감과 용서를 통해 폭력을 행사하는 기쁨을 이곳의 인물-짐승-사물들이 보여준다.

예컨대 감옥에서 태어나 감옥과 그 바깥을 오가며 살아가는 여자는, 그녀 어머니의 죄 속에서 살아간다. 학교의 아이들은 여자의 어머니의 죄를, 나아가 여자의 (무)죄를 용서한다. 여자는 그 용서 속에서 절망적으로 질식해 간다. 그녀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살아가고 죽어가는 것들은 용서를 갈구하거나 용서를 남용한다. 그들은 용서받고 그들은 용서하고 그들은 용서받지 못하고 그들은 용서하지 못한다.

무엇이 가능하고 불가능한지를 결정하는 것은 그들이 아니다. 그들은 용서를 결정 당하며 그 속에 머물기를 강요당한다. 이 글(들)을 읽는 이들이 용서의 범죄적인 관능, 혹은 공포와 잠깐이라도 스치기를 기대하며, 그 끔찍한 기대와 온순한 광증 속에서 이것들이 쓰였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글은 주객이 전도된 용서, 용서를 빌어야 할 사람이 용서를 강요하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학폭과 과거사로 얼룩진 우리 시대를 향한 작가의 외침이자 절규다.

‘82년생 김지영’과 같은 소프트 페미니즘 소설이 여성이 처한 상황과 그에 순응하는 모습으로 사회문제를 온건한 방식으로 접근했다면, 이 글은 우리가 애써 외면했던 우리 주위의 아픔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강한 어조로 이야기한다.

소설 속 문장들은 비수와 같이 날아와 가슴 속에, 머릿속에 꽂힌다. 그 충격으로 머릿속 어딘가 묻혀있던 어릴 적 교실 풍경이 정지화면처럼 선연하게 떠오른다. 책을 읽는 동안 이어지는 이런 ‘두드림’들은 사느라고 바쁘다는 핑계로, 내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나쳤던 우리의 ‘잘못된 용서’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작가는 “제발트의 ‘현기증. 감정들’, ‘토성의 고리’ 같은 작품에서 ‘산책’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혼란’에서는 ‘왕진’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단편적인 글들이 연결됐다면, 이 작품은 ‘용서’라는 키워드를 통해 각각의 장들이 연결된다”고 말했다.

이우연 작가는 1998년 서울 출생으로 2021년 월간문학을 통해 시 ‘공시의 문법’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해 문예연구에서 소설 ‘사진’을 발표했다. 지난해 장편 소설 ‘악착같은 장미들’을 출간했다.

여선동기자 sundong@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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