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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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4.04.1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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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6)진주여자고등학교 출신문인에 누구누구가 있나(4)
오늘은 『일신문학』 소속 시인들에 대해 살피고자 한다. 필자가 교류하는 시인들 중심으로 이야기해볼까 한다.필자가 경남문인협회 회장 재임시 창원쪽 시인으로 참여한 시인 중에서 강지연이 있다. 성이 강씨라 진주출신이 아닌가 했는데 맞다고 했다. 그는 1990년 《시와 의식》 신인상으로 등단했고 시집 『금등 하나 켜고』, 『화두』, 『소소』 등이 있다. 이번에 낸 시는 「꽃살문」 「다시 보궁에」 두 편이다.

“내세에 다시 오라는 내소사/ 아늑한 전나무 숲길에 들면 / 색을 다 지운/ 꽃살의 기품이 더한다/부처의 말을 전하는 구름 모양의 운판/ 피기도 봉오리 지기도 한 꽃문살들/ 오랜 세월 지친 풍파에도 지지 않는 꽃”(「꽃살문」에서)에서 운판은 종처럼 매달아놓고 스님들 불러모으는 소리 두드리는 판이다. 절에 대해 깊은 통찰이 없는 사람들은 잘 모르는 불구(佛具)이다. 거기다 대웅전 문짝에 무늬가 독특한 문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시인은 절간의 문화재적 도구들에 대한 이해가 깊어서 그 문살의 문양에 기러기 울음 소리를 올려놓는다. 시인 강지연은 내소사 보살님으로 초파일에는 기독교로 쳐서 절간 집사쯤 되는 것인지 모른다.

두 번째로는 이정화 시인이다. 1952년 통영출생이고 1970년 진주여고 졸업이다. 숙명여대 국문과 졸업, 1991년 『시와시학』 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에 『포도주를 뜨며』, 『목조미륵보살반가사유상과 나비』, 『그늘의 사랑이여 나를 물어라』 등이 있다. 시집 제목을 읽으면 시인의 사색과 이미지 직조의 상당한 기법이 내재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올해 또/ 저 아득한 산 등성이/흰 기별/손 닿을 수 없는 그리움// 젖었거니/ 이미 잊혔거니// 나무 잎새들 시퍼렇게 눈 떠 자라나는 봄날 한복판/ 샛서방으로 먼 풍경에 숨어들어// 숨결 뜨거운 재/ 가슴에서/ 가슴으로 올리는/ 흰 봉화”(산벚꽃)

필자가 이 시를 대하면서 느껴지는 배경은 한티재 순교성지이다. 멀리 한티재를 우러러 오르면 산벚꽃이 순례자를 묵도로 맞이해 준다. 산벚꽃은 있는 듯 없는 듯 핀다. 그 아래 길이 있으니 천주교도들이 포졸들에 스러져 순교로 자기를 드러내고 자기를 무명인 치명자로 남겨 놓고 있다, 그 오솔길에 물끄러미 서 있는 나무가 그리움이요 “이미 잊혀진” 꽃, 먼 풍경이다. 시는 여러 갈래로 읽을 수 있다. 시작품은 텍스트다. (이정화 시인은 필자가 아는 대로 말하면 우리나라 국어교육 연구의 최고석학 려증동 교수님의 자부(며느리)이다.)

일신 시인 그 다음 타자는 윤인경이다. 그는 진주교대를 나와 교사가 되고 1968년 진주문인협회와 남가람문학회 회원이 된다. 이 무렵 필자는 천안에서 고교 교사로 1년 있다가 진주로 와서 중등교사가 되고 갓바로 결혼하여 진주살이를 시작한다. 장대동 셋방에서 신혼을 시작하고 진주의 동인회 《黑旗》를 이끌고 있던 고 박용수 시인(나중 서울로 가 『우리말 갈래사전』 등 을 낸다) 만나 시 「촉석루」를 쓴다. 이 작품은 필자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그때 윤인경은 한 1년간 진주문단의 마스코트로 활동하며 최재호(삼현여중고 창립) 진주문협 회장 등의 총애를 받았으나 결혼하고 부산으로 서울로 가서 살았다. 후에 1993년에 『조선문학』으로 등단하고 시집 『한 양푼 비운 마음엔 하늘이 와 들어앉아』 등 수권을 내고 조선문학상을 받았다. 그 사이 《진단시》동인, 조선문학진흥회장 등을 거쳐 지금은 《한국 좋은시 공연문학회》 회장으로 있으며 인천에 거주하고 있다.

게재한 시는 「이슬」이다. “가지 끝에 아슬하게 걸터앉아 다리 흔들며/ 동터오는 새벽 노을을 노려본다,/ 사라질 목숨줄 놓는 짜릿한 순간/ 황홀한 끝을 기다리며 듣는다/ 가슴 여는 꽃봉오리의 설렘.” 시는 5행짜리 단행시다. 순간, 존재론적 사색이 직관에 묻어난다,

시인이 진주를 떠난지 56년만에, 필자가 인천연안문학회 김의중 회장의 초대를 받고 인천에 간 다음날 김회장의 연락을 받고 나온 윤인경 시인! 김의중 시인 내외와 더불어 김포공항까지 드라이브를 했다. 첫나들이인 인천항과 역사적 배경과 현대가 터빈처럼 돌아가는 그 바퀴 소리 들으며 56년이 인화되고, 또 인화되고 있었다. 그 화제 속에 진주의 시인 최재호, 곽수돈, 박용수, 최용호, 김석규, 이월수, 박재두 이름들이 간간이 찍혀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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