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폐암 말기 환자와 죽음의 동행
[시민기자]폐암 말기 환자와 죽음의 동행
  • 경남일보
  • 승인 2024.04.29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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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作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주위가 점점 초록빛으로 변해가며 모든 생명이 소생하는 완연한 봄기운이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이러한 시점에 오늘 제가 이 책을 소개해 드려도 될까 조금 고민을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소개해 드릴 책은 ‘죽음’을 소재로 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쓴 작가의 말처럼 죽음은 막연한 게 아니라, 동전처럼 삶의 이면에 딱 붙어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지만 결국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해 보는 책이기도 하기에 이 책을 푸르른 봄에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가 오늘 제가 소개해 드릴 책인데요. 이 책은 도서관에서 수많은 책들과 함께 꽂혀 있었는데 제목이 주는 강렬함으로 저도 모르게 손이 갔습니다. ‘스위스는 안락사가 합법이다’ 정도만 알고 있는 저에게, 작가는 어떻게 그곳을 동행하게 되었는지, 안락사는 어디에서 어떻게 진행하며, 그곳에 가는 사람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등등 모든 것이 궁금해 책을 순식간에 읽어 내려갔습니다.

안락사의 일종으로 알고 있는 조력사는 인위적으로 생명을 중단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안락사는 타인에 의한 생명 중단으로, 의사가 약물을 투여하는 적극적 안락사와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소극적 안락사로 나뉩니다. 한편 조력사는 외부의 도움을 받되 스스로 치사량의 약물을 마시거나 주사를 놓는 자살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위스에서는 적극적 안락사가 아닌 조력자살에 대해 외국인을 허용하는 세계 유일의 국가입니다.

이 책을 쓴 신아연 작가는 글로만 알고 지내던 오랜 독자로부터 마지막 길을 함께 해달라는 제안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분과 동행하며 있었던 내용을 작가의 시선으로 옮겨 쓴 책이 바로 이 책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입니다. 이 책은 2021년 8월 26일 목요일, 한국 시간 오후 7시경, 스위스 바젤에서 64세로 생을 마감한 폐암 말기 환자였던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이며, 죽음 여행을 동행한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스위스에서 처음으로 만난 그는 겉보기로는 아주 건강해 보였다고 하는데, 그런 그는 왜 스스로 삶을 마감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을까요? 그분은 자신의 인생을 ‘아무리 재미있어도 다시 읽고 싶지 않은 책’에 비유했습니다. 그러기에 책의 마지막 장을 덮듯 여기서 그만 끝내겠다며, 평생 문학을 사랑해 온 분답게 말했다고 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건강했지만 수술을 두 번이나 받고도 암이 재발했다고 하니 그가 겪었을 고통을 감히 상상이나 해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작가는 죽음의 현장에 동행을 한다는 것만으로 죽을 만큼 두려웠고, 그분을 말리지 못하는 본인을 자책하며 안락사가 끝날 때까지 힘들어합니다. 스위스로 가는 길과 스위스에서 있는 내내 동행분들과 안락사를 결심하신 분의 마음을 돌려보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노력하지만, 그분은 전혀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결국 “나는 아프고 죽길 원하며 죽을 것이다”라는 말을 따라 하는 영상을 찍으며, 조력사를 하기 위한 모든 절차를 끝냅니다. “마음의 준비가 되면 밸브를 손수 돌리세요. 그러면 수 초 안에 편안히 잠드실 겁니다”라는 직원의 설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분은 밸브를 돌리고, “아, 졸리다…”라는 말을 남기며 생을 마감했습니다. 실제로는 안락사 현장에서 마음을 바꾸고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 그분에게 삶은 어떤 의미였기에 어떻게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설명도 채 끝나기 전에 스스로 밸브를 돌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저 역시 혼란스럽고 안타까웠습니다.

작가는 타인의 죽음을 경험한 후, 이렇게 말합니다. “가장 깨어있는 삶, 가장 높은 수준의 삶을 살고자 한다면 죽음만큼 효과적이며 충격적인 자극은 없습니다. 삶의 가장 훌륭한 스승은 죽음이니까요. 내가 집착하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소소하고 하찮고 자잘한 것인지 죽음만이 확실히 깨우쳐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죽음이라는 스승이 가르치는 과목은 단 하나, ‘사랑’입니다.”

작가는 죽음도 미리미리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야 ‘당하는’ 죽음이 아닌 ‘맞이하는’ 죽음이 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 책을 통해 죽음 그리고 삶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그것도 곧 닥친다는 사실을 자각하며, 이 삶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아갈지 한 번쯤 생각해 보며 내 삶을 점검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유수연 시민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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