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7,503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지난기사검색] 전체2.19(금)2.18(목)2.17(수)2.16(화)2.15(월)2.12(금) 오늘의 저편 <26> 여주댁과 동숙은 입을 꾹 다물고는 터덜터덜 걷고 있었다. “빨리 갑시다.” 동숙은 걷는 것이 영 시원찮은 어머니를 부축하기 위해 팔을 잡으려 했다. “일없다.” 여주댁은 딸의 손을 홱 뿌리쳤다. 딸이 미워서가 아니라 미안해서였다.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풀려난 이유를 알 수 있었던 것이다. ‘불쌍한 년!’ 여주댁은 물기 도는 눈시울을 꾹꾹 눌렀다. “곧 해가 질 거예요.” 해가 떨어지기 전에 지지대고개를 넘어야 했다. 학동까지는 다니는 차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해가 지면 칠흑 같은 어둠에 갇히기 십상이었다. “흥, 해가 없어진들 어떠냐 연재소설 | 이해선 | 2012-03-29 15:29 오늘의 저편 <25> ‘네놈 아랫도리가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 아닌데 어쩌겠니?’ 빤히 다 보이는 상대의 마음을 모르는 체, “다께 상은 위로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어요. 이렇게 고생을 하는데……. 그리고 혹시 진석이 모친인가 여주댁인가 하는 사람 여기 있나요?”상대의 눈치를 살살 살피며 본론을 말했다. “뭐? 진석이 놈 모, 아니 어미 년?” 다께는 정신이 번쩍 든다는 낯빛으로 동숙을 노려보았다. 비로소 그녀의 속셈을 알겠다는 표정이었다. “예. 술장사 한다고 딸자식을 사람취급도 안 해 주지만 죽기 전에 잘난 그 모습을 한 번 뵈어야겠기에.” “아, 그러 연재소설 | 이해선 | 2012-03-29 15:28 오늘의 저편 <24> ‘여보, 민숙 아버지, 여보, 민숙 아버지 날 데려가요. 제발, 제발 날 데려가요. 죽었으면 죽었지 민숙이 년이 문둥이 자식하고 사는 꼴은 못 봐요. 못 봐!’ 팔다리를 활짝 펼치며 벌렁 드러누워 버렸다. 무심한 하늘이 구름 한 점 없는 얼굴로 얼빠진 세상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전생에 무슨 죄를 그리도 많이 지었기?─?’ 어이없이 웃다간 어이없이 울기도 했다. 학동읍내에 도착한 동숙은 곧장 주재소로 방향을 잡았다. 누군가에게 꽁무니를 붙잡힌 사람처럼 앞으로 발걸음을 쉽게 당겨가진 못하고 있었다. 형식이가 다녀간 뒤로 동숙은 마음이 연재소설 | 이해선 | 2012-03-29 15:27 처음처음이전이전이전371372373374375376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