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준 (진주동명고등학교 교감)
‘겨울이 오니 땔 나무가 있을 리 만무하다. 동지 설상(雪上) 삼척 냉돌에 변변치 못한 이부자리를 깔고 누웠으니 사뭇 뼈가 저려오고 다리 팔 마디가 오도독 소리가 나도록 온몸이 곧아오는 판에 사지를 웅크릴 대로 웅크리고 안간힘을 꽁꽁 쓰면서 이를 악물다 못해 박박 갈며 하는 말이 “요놈, 괘씸한 추위란 놈 같으니 네가 지금은 이렇게 기승을 부리지마는 어디 내년 봄에 두고 보자.”’
이 ‘낭만’은 시는 물론 대중가요의 중요 제재가 되었는데, 가수 최백호도 ‘궂은비와 옛날식 다방의 도라지 위스키, 실연의 달콤함과 첫사랑 그 소녀’를 들먹이면서 ‘잃어버린 것’과 동일시하여 ‘아련하고 아스라한 그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사르트르는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라 했지만 실은 낭만보다 휴먼의 성격이 짙은 것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이유도 그 사랑했던 사실보다는 사랑하는 과정에서의 낭만적인 상황 때문일 것이다. 이 낭만이 우리의 삶을 조금은 여유롭게, 나아가 팍팍하고 각박한 삶의 윤활유가 될 수 있을 것이기에 학교에서의 교사 선발도 전공과 교육학 이론을 달달 외운 사람보다는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조금은 여유롭고 자유로운 심성을 가진 낭만적인 선생님을 뽑으면 좋겠고, 문학교육도 신비평(New Criticism)에 바탕을 둔 분석주의나 기계적인 구조주의보다는 낭만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면 좋겠다.
왜냐하면 기계적이거나 분석적인 교육만으로는 휴머니티 형성이 어려울 것이고, 낭만교육이야말로 인간성 함양에 적합할 것이며 우리 아이들이 좀 더 자유롭고 서정적으로 성장하여 살아가면서 이해와 타산에서 조금이라도 비켜설 수 있을 뿐 아니라 여유로운 품성을 지닌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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