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아베 역사인식 비판 나오자 위기의식 느낀 듯
최근 잇달아 역사 인식 문제를 일으킨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과거사 관련 책임을 인정한 무라야마(村山)담화와 고노(河野)담화 수정론에 대한 봉합에 나섰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7일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河野)담화에 대해 “수정을 포함한 검토를 거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스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노담화 수정이 일본 국익을 해칠 것이라는 토머스 시퍼 전(前) 주일 미국대사의 발언에 대해 질문받자 이같이 답하고, “아베 정권은 이 문제를 정치·외교문제화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 정부가 현 단계에서 고노담화 수정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시퍼 전 대사는 지난 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관계 심포지엄에서 “위안부 문제는 어떻게 해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일본 정부가 고노담화를 수정할 경우 “미국에서의 일본 국익을 크게 해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경선 과정에서 “일본이 고노담화 때문에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며 담화 수정 의사를 밝혀 보수층의 지지를 받았지만 지난해 12월 총리가 된 이후에는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제의 침략을 부정하는 듯한 아베 총리의 발언을 비판한 미국 신문 워싱턴포스트(WP)의 최근 사설에 언급, “일본은 한때 많은 나라, 특히 아시아 제국 국민들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끼쳤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정부는 역사의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재차 통절한 반성과 진정한 사죄의 마음을 표명하고, 모든 피해자에게 애도의 뜻을 표시해 왔다”며 이에 대해 “아베 총리도 같은 인식”이라고 밝혔다.
WP는 지난달 사설에서 “일본은 왜 그렇게 역사를 정직하게 받아들이기가 어려운가?”라며 아베 총리의 역사인식을 비판한 바 있다.
이처럼 일본 정부가 역사인식 문제에 대해 봉합에 나선 것은 7월 참의원 선거 전략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국정수행 지지도 70%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아베 총리는 최근, ‘총선 전까지 경제에 치중한다’는 기존 ‘안전운행’ 기조를 벗어나 개헌과 역사인식 등에서 과감한 소신 표명을 했다. 그러나 이런 소신 행보에 대해 대외정책의 핵심변수인 미국까지 우려를 표명하는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이 생기자 다시 ‘안전운행’ 기조로 클릭 조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5일 아베 총리는 선거쟁점화를 도모해온 헌법 96조(개헌 발의요건 관련 조항) 개정에 대해서도 “아직 국민적 논의가 충분히 깊어지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며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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