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우리가 지켜요”
“우리동네 우리가 지켜요”
  • 정원경
  • 승인 2013.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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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 자율방범대' 순찰활동 화제
장맛비가 내린 뒤 밤 공기가 꽤 선선했던 지난 21일 오후 9시 진주시 상대동 상대지구대. 지구대 업무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경찰관 사이에 야간 방범순찰을 나서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5명이 눈에 띄었다. 방범모자와 야광조끼를 착용하고 한손에는 경광봉을 들었다. 익숙한 듯 순찰준비를 마친 이들은 진주에 살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와 유학생으로 구성된 외국인 자율방범대원들이다.

지난 1월 14일 발족한 외국인자율방범대는 매주 금요일마다 순찰활동을 해 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상평동에서 발생했던 베트남인 살인사건을 계기로 외국인 스스로 준법정신을 키우고 자국인의 범죄예방 활동에 동참하자는 뜻에서 도내 최초로 만들어 졌다. 예전엔 유학생이 중심돼 매월 한차례 돌던 외국인명예순찰대의 역할을 확대·강화한 셈이다.

진주경찰서는 외사협력자문위원들의 협조를 받아 회사에 다니는 외국인 노동자 16명과 경상대학교 유학생 5명으로 총 21명의 외국인 자율방범대를 구성했다. 방범활동은 5명씩 이뤄진 4개조가 돌아가며 매주 금요일 밤 9시~11시까지 외사계 경찰과 함께 순찰을 벌인다.

이날 5명의 대원들은 상대지구대 관내에서 외국인이 많이 통행하며 야간 범죄 가능성이 높은 상평동 및 상대동의 주택가와 주점가 일대를 직접 도보 순찰했다. 순찰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방범대원은 아는 외국인 근로자를 만나 환한 웃음을 지으며 모국어로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만수리(30)씨는 “친구들을 만나면 자율방범대에 대해 설명하고 나쁜 행동을 하면 안된다고 말해준다”고 했다.

유남권 진주경찰서 외사계장은 “경찰들만 순찰을 나가면 한국말을 잘 모르는 외국인과의 대화에 어려움이 많다”며 “하지만 외국인 자율방범대와 함께 다니면 소통이 되기 때문에 외국인들을 지도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신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동료 외국인의 충고 한마디에 귀를 더 기울이는 것이 외국인 방범대의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고 경찰은 설명한다.

순찰도중 야광조끼에 경광봉을 든 외국인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표정에서 호기심이 잔뜩 뭍어났다. 한 시민은 “단속을 하나 보고 있다가 외국인들이 방범활동을 하고 있어 깜짝 놀랐다”며 “타지에서 고생하는데 좋은 취지로 활동 해줘서 보기도 좋다”고 말했다.

귀가를 하던 고등학생 서지원(18)양과 강다연(18) 양은 “처음에 버스에서 야광조끼에 경광봉을 든 외국인을 보고 깜짝 놀랐는데 조끼에 외국인 방범대라고 쓴 글자를 보고 어떤 활동을 하는 분들인지 알았다”며 “예전에는 외국인에 대한 편견같은 것도 있었는데 오늘 이렇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좋은 이미지도 가지게 된 것 같고 귀가길에 안심도 돼서 좋다”고 말했다.

상평동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맹영호(40)씨는 “매주 꼬박꼬박 오시는데 일을 마치고 밤 늦게까지 방범활동을 하느라 고생이 많다”며 “그래도 이렇게 순찰도 돌고 해주시니까 범죄로 부터 안심도 되고 주민들도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유남권 계장은 “외국인 자율방범대와 합동으로 외국인이 운영하는 업소의 불법 영업행위 3건을 단속한 바 있다”며 “외국인 방범대원들의 활동으로 외국인 범죄도 줄고 주민들과 외국인 근로자가 더 가까워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외사계 직원들과 방범대원들이 어둑해진 밤길을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순찰이 끝나갈 무렵,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방범대원 가로나(35·스리랑카)씨는 서툰 한국말로 “힘들지 않아요. 재미있어요. 내일은 일을 쉬어 괜찮다”고 말했다.

밤 11시 정각, 순찰을 끝낸 이들의 얼굴에서는 ‘오늘 하루 무사히 끝냈다’는 성취감으로 가득찼다. 직원들과 방범대원들은 서로 수고했다는 인사를 나누고 이내 기분좋게 집으로 향했다.

정원경기자

외국인자율방범대
21일 밤 진주경찰서 외국인자율방범대 소속 대원들이 진주시 상대동 일대를 순찰하고 있다.
외국인자율방법대
21일 밤 진주경찰서 외국인자율방범대 대원들이 상평동 일대에서 순찰을 돌고 있다. 왼쪽부터 유남권 외사계장, 부띠가(26.스리랑카), 네마정(35.우즈벡), 가로나(25.스리랑카), 만수리(30.우즈벡), 자파리(30.우즈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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