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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서 잡는 어업, 바다와 공존하는 사람들[어촌마을에 가다]남해 화계마을
임명진  |  sunpower@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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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2.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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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계마을 전경. 마을 앞바다에 목단도라는 작은 섬이 눈에 띈다.
 
 
 
화창한 주말에 떠난 바다여행. 1024호 지방도를 타고 도착한 목적지는 남해군 이동면의 작은 어촌, ‘화계마을’이다.

화창한 날씨, 반짝 추위가 왔다간 흔적은 여기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이 마을, 지세가 다른 마을과는 좀 달라 보인다.

화계마을은 마을 뒷편이 납산과 금산에 이르는 산줄기가 마치 병풍처럼 포근하게 마을을 감싸고 있다.

동서북은 산줄기가 가로막고 서 있어 바람막이 역할을 하고, 남쪽은 남해바다 앵강만을 바라볼수 있게 전망이 확 트여 있다.

겨울엔 덜 춥고, 여름엔 시원하니 살기 좋은 마을은 이런 곳이 아닐까.

간략히 화계마을을 소개하자면, 어촌체험마을도, 낚시터도, 딱히 유명한 관광명소도 아니다.

마을가구수는 160호 정도이지만, 전체 주민은 다 합쳐도 200여 명이 채 되지 않는다. 여느 농어촌 처럼 홀로 사는 어르신이 많다.

주민 대부분이 반농반어에 종사한다. 봄에는 도다리, 갑오징어, 여름은 꽃게, 서대, 가을엔 보리새우, 문어, 쥐치를 주로 잡는다.

어촌은 사계절 내내 쉴 틈이 거의 없다.

지금은 물메기 잡이가 한창이다. 농사는 주로 남해 특산물인 시금치와 마늘 농사를 짓는다.

여기까지는 다른 농어촌 마을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화계마을의 참모습은 천천히 느린 걸음으로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발견하게 된다.

잘 정비된 마을 길, 쓰레기 하나 없는 깨끗함은 걷는 이의 기분마저 즐겁게 만든다.

거기다 관광지는 아니라도 화계마을에도 몇 가지 볼 거리가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화계마을은 ‘남해장성’의 흔적이 남아 있다. 고려말이나 조선 초기에 쌓은 것으로 추정되는 남해장성은 자연 돌을 이용해 성벽을 쌓았다. 당시에는 말을 키우는 목마장이 있었다고 한다.

화계마을의 역사를 알 수 있게 하는 상징적인 것이 있다. 마을 한 복판에는 거대한 느티나무가 하나 서 있다.

마을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이 느티나무는 높이 14m에 수령 550년을 자랑한다. 오랜세월을 거쳐 마을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 산 증인이다.

“예전엔 태풍이 오면 배들을 끌어올려서 이 보호수에 줄을 꽁꽁 묶어 태풍을 피했지. 우리에겐 고마운 나무야”

지금은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은 느티나무, 하지만 여름에는 빵빵한 에어콘 부럽지 않은,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는 놀이터가 된다는 게 길에서 만난 박성수(84)어르신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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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계마을은 전통민속놀이인 배선대 행사가 전해 내려온다. 일제강점기 때 맥이 끊겼다가 주민들의 노력으로 복원했다. 사진은 기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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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계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배선대 행사. 풍년을 기원하는 행사가 매년 정월대보름에 열린다. 마을주민이 모두 참여하는 마을 단합행사다.

 

 


보호수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는 높이 솟은 솟대가 서 있다. 그 옆에는 한글로 큼지막히 ‘배선대’ 라고 새긴 기념비가 자리잡고 있다.

남해군은 여러 민속놀이가 전래되고 있는데, 화계배선대도 그중 하나다. 매년 정월대보름에 풍어제도 지내고 각종 행사도 연다.

왜 배선대라고 이름을 붙였는지 처음에는 정확한 유래는 알길이 없었으나, 마을회관에서 만난 노인회장인 임동조(78)어르신에게서 부연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예전부터 전해 내려온 마을의 전통이지, 일제시대 때 잠시 맥이 끊어졌다가 다시 복원했어. 기념비도 세웠지. 전통민속 대회에 나가서 상도 타고, 온 마을 주민들이 다 참여하니 자연스럽게 마을이 단합하는 계기가 돼서 좋지”

솟대는 기러기 3마리가 먹이를 물고 서쪽을 바라보며 앉아 있는 모습을 형상화 했는데, 기러기가 앉아 있는 땅은 예부터 살기 좋은 고장이라는 유래가 있다고 한다.

화계마을 앞 바다의 작은 섬, ‘목단도’도 인상적이다. 이 마을 지명과 연관이 있단다. 섬의 형상이 마치 꽃처럼 생겨서, ‘꽃이 앞에 있는 마을’이라고 하는 화계라는 지명이 유래됐다는 것이다.

섬 주변엔 이 마을 공동어장인 해삼양식장이 있다. 어촌계 공동사업으로 해삼과 개불 양식업을 하고 있다.

해삼은 예전에는 연간 1500~2000만원의 소득을 올렸지만 지금은 연간 3000만원 가까이 벌어들인다.

소득 증가의 원인은 매년 종모를 꾸준히 방류하기 때문이다. 마을어촌계에서 해마다 해삼을 3만미에서 10만미 정도를 7년째 방류하고 있단다.

불과 1주일 전에는 개불 종모를 3만미 정도 바다에 뿌렸다고 한다.

“수산업과 농업이 주다 보니, 사실 관광소득은 거의 없어요. 하지만 인근 용문사나 납산을 등산하는 분이나 남해 보리암, 앵강다숲마을 등의 인근 관광지가 있어 찾아오는 분들이 꽤 있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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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강만은 멸치가 유명하다. 육상에서 가공, 건조하기 때문에 짜지 않고 맛이 뛰어나 비싼 값에 팔린다. 지금은 막바지 건조작업이 진행중이다. 불과 2주전 만 하더라도 마을 곳곳이 멸치 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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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는 물메기 잡이가 한창이다. 어획한 물메기를 건조하고 있다.

 

 

 


마을어촌계장 이동형(51)씨. 미리 약속이 된 터라, 따듯한 커피를 건네며 반갑게 인사를 꺼내는 그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남해는 앵강만, 강진만, 두개의 만이 있단다. 수심이 비교적 얇은 강진만에 비해 앵강만은 대해와 연결돼 수심이 깊다.

특히 유명한 게 멸치다. 앵강만의 멸치는 육상에서 건조, 가공을 하기 때문에 타 지역 멸치에 비해 짜지 않고 맛이 좋아 비싼 값에 팔린다.

남해의 가천마을에서 상주면 대량마을까지, 15개 마을이 앵강만에 해당되는데, 지리적으로 그 중심에 화계마을이 있단다. 남해 바래길 제2코스의 구간이기도 하다.

남해군은 앵강만에 인접한 화계, 용소, 원천, 금평, 신전마을 등 5개 마을을 묶어 펜션 등의 관광지 시설을 조성했다. 그게 바로 앵강다숲마을이다.

마을을 둘러보면, 주민복지를 위한 마을차원의 노력도 엿볼수 있다.

마을을 관통하는 지방도 근처에 ‘목욕’ 이라는 작은 팻말이 서 있다. 개인 목욕탕이 아닌 마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목욕탕이다.

1주일에 한번 토요일에만 문을 연다. 적자 운영이란다.

읍내까지 목욕탕 이용이 힘든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마련했다고 하는데, 어르신들의 불편을 배려하는 씀씀이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진다.

불과 서너 시간의 짧은 시간이지만, 전통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정이 넘치는 마을, 그곳이 바로 화계마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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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계마을의 대중목욕탕, 대중목욕탕에 가기 힘든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설치했다.





<인터뷰-이동형 어촌계장> “살기 좋은 우리마을로 오세요”

이동형(51) 어촌계장의 마을 사랑은 특별한 면이 있다. 귀농이 대세인 요즘, 그는 귀어(漁)를 선택했다.

벌써 20년 전의 일이다. “어업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타파하고 싶어요. 사실 어업도 훌륭한 산업의 하나이거든요. 무조건 힘들다는 건 옛말이죠”

8년간 어촌계에서 총무일을 맡은 그는 올해부터 임기 4년의 어촌계를 이끄는 수장이 됐다. 그만큼 주민들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증거다.

그래서 포부도 크다. 어촌계 공동사업인 해삼과 개불 양식에 더욱 몰두할 계획이다.

“우리 마을은 훌륭한 바다어장을 갖고 있어요. 관리만 잘 해도 지금의 소득에 2∼3배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연로한 어촌계원을 챙기는 일도 그의 몫이다.

“평생을 마을에서 어업을 종사하신 분들이에요. 비록 지금은 연세가 드셔서 어촌계 활동을 잘 안하신다고 해도 그분들에게 세상 밖 견문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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