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사천 도로에는 ‘사천 어르신’이 있습니다
[특별기고] 사천 도로에는 ‘사천 어르신’이 있습니다
  • 이웅재
  • 승인 2016.03.2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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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사천경찰서장)

보행자 교통사망사고가 심각하다. 지난해 사천시의 교통사고 사망자가 30명인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14명이 보행자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의 교통사고 사망자와 비교해도 현저히 높은 수치다.

지난해 전국에서는 교통사고로 4595명이 사망했으며, 이중 보행자가 1779명으로 전체에서 38.7%를 차지한다. 특히 사천시의 보행자 사망사고가 심각하다고 주목되는 이유 중 하나는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지난해 사천시 보행자 사망자 14명 중 65세 이상 고령자가 13명으로 이는 전체에서 92.9%를 차지하는 수치다. 사천시의 인구는 11만 8439명인데, 이 중 65세 이상이 2만937명(17.7%)으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천경찰서는 도농복합도시 사천시의 특수성을 감안해 교통안전 대책을 새롭게 수립하기로 했다. 보행자 사망사고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65세 이상 어르신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선제적 방안을 모색한 결과 ‘지금까지 해온 교통정책을 확 바꿔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사실 그동안 사천경찰서는 고령자 보행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마을 경로당마다 교통경찰관이 직접 방문해 안전조끼와 야광지팡이, 효자손 등을 배부하며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했다. 그리고 마을 주요 목마다 무단횡단 금지 홍보 현수막을 대대적으로 게시하는 등 다양한 교통사고 예방활동을 전개했지만 집 주위 논밭 일터를 찾아 길을 건너는 어르신들이 도농복합도시의 생활여건으로 교통사망사고를 막기엔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사천경찰서는 현실적 한계에 부닥친 ‘보행자 중심’ 교통안전대책에서 ‘운전자 중심’ 교통사고 예방으로 교통정책의 축을 옮겨 시행키로 했다. 바꾸기로 한 교통정책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도로변 ‘사천 어르신’ 설치다. ‘사천 어르신’은 유모차를 끌고 가는 어르신 모형과 전동차를 타고 가는 어르신 모형 등 실물크기 2 종류로 제작해 설치했다. 많은 어르신들이 유모차나 전동기를 이용해 길을 다닌다는 점에 착안했다.

‘사천 어르신’의 기대효과는 차량을 운행하는 운전자들에게 ‘이 도로를 다니는 어르신이 많다’는 사실을 인식시켜 안전운전을 유도하자는 데 있다. 또한 사천경찰서는 ‘사천 어르신’의 재질을 고휘도 반사지로 제작, ‘야간 운전자 시인성 확보’라는 경광등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사천 어르신’은 사천 IC부터 삼천포항으로 이어지는 3번 국도에 우선 설치했으며, 차후 지방도와 시도 등 보행사고 취약지역에 확대 설치할 계획이다. 인명재천에 빚댄 용어 인명재차(人命在車)가 현실로 느껴지는 최근의 안타까운 상황을 개선코자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심정으로 ‘사천 어르신’을 설치했다.

사천시를 오가는 운전자들이 ‘사천 어르신’을 보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떠올리며 ‘부모님의 안전지킴이, 나부터 시작이다’는 생각으로 조심조심 안전운행해 줬으면 한다.

김동욱 (사천경찰서장)

김동욱 사천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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