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166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지난기사검색] 전체4.26(금)4.25(목)4.24(수)4.23(화)4.22(월) [강재남의 포엠산책] 떡 찌는 시간 떡 찌는 시간 /고두현식구들숫자만큼모락모락흰 쌀가루가 익는 동안둥그런 시루 따라밤새 술래잡기하다시룻번 떼어먹으려고서로 다투던이웃집 아이들이함께 살았다네오래도록이곳에.------------------------------------------------------------------얇게 썬 무로 시루구멍을 막았습니다. 팥고물과 쌀가루를 켜켜이 골랐습니다. 쌀가루 켜는 홀수여야 한다며 어머니는 말했습니다. 별미로 호박오가리를 넣기도 하고 콩고물을 고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김이 새지 않도록 밀가루를 반죽하여 솥과 시루 틈새에 시룻번을 경일시단 | 경남일보 | 2020-10-14 16:19 [주강홍의 경일시단]묶인 배 묶인 배 /정영주줄이 미는 곳까지만 자유다아니 구속이다출렁, 물결이 미는 쪽으로몸이 가다가 다시 돌아온다묶인 줄 길이만큼의 목숨이 흔들린다다시 오지 못하더라도툭, 줄을 끊고 싶은 저 가없는 몸짓묶인 자유가 풀린 구속을 바라보는 바다 곁에서예까지 아무 기표 없이 흘러온 것을 본다끝없이 나는 배로 묶여 있고다만 줄이 가는 곳까지 흔들릴 뿐이다바다가 저만치 갔다가 다시 와서묶인 줄을 한 번씩 건드리고 간다몸이 튕겨질 때마다일렁이던 악기였던 몸을 기억한다햇빛이 뜨거워질수록 물빛은숨 막히게 푸르르고푸르러 갈 수 없는 몸의 오지시선만 그 금을 경일시단 | 경남일보 | 2020-10-04 17:15 [강재남의 포엠산책]충규 충규 /최은묵봄을 버리러 갑니다 헛디딘 것이 페달뿐이겠습니까 자전거 바구니에 채운 어린 계절은 울지도 않습니다환절기처럼 가려웠던 날들, 긁힌 자리마다 바퀴의 흔적입니다지는 꽃잎처럼 말을 더듬는 바람에게 계절의 부재를 묻지 않겠습니다구르지 않는 봄이 덜컥 울음이었을 때 핸들을 놓고 기울어져도 좋았습니다봄을 외면하고비틀거리던 방향은 이제 멈추기로 합니다 그림자부터 휘어지는 목련 아래에, 모든 처음을 버려야겠습니다바큇살이 꽃무덤처럼 웃고 있습니다---------------------------------------------------- 경일시단 | 경남일보 | 2020-09-27 16:13 [주강홍의 경일시단] 부드러운 힘 부드러운 힘 /김유석둑방 밑에 버려진 토관을 호박넝쿨이 얽고 있다.연두의 입술이 벌건 철근가닥을 핥고 있다.잉잉거리는 벌 소리 꽃봉오리에 싸 가만히 들려주고 있다.대낮의 관능은 남사스러워, 잎사귀 가리고무른 젖꼭지를 물리고 있다.몸을 뒤틀며 힘줄 옭아 넣고 있다.-----------------------------------------------------가을 들녘을 호박넝쿨이 낮은 포복으로 기어가고 있다.부드러우나 억척스럽게 세상을 더듬으며 초롱의 꽃을 피우고 있다조금씩 아주 조금씩 다독이고 쓰다듬는 듯 기어오르는 저 무례함.가만 경일시단 | 경남일보 | 2020-09-21 16:27 [강재남의 포엠산책]초승달 초승달/김경미얇고 긴 입술 하나로온 밤하늘 다 물고 가는검은 물고기 한 마리외뿔 하나에온 몸 다 끌려가는 검은 코뿔소 한 마리가다가 잠시 멈춰선 검정고양이입에 물린 생선처럼파닥이는 은색 나뭇잎 한 장검정 그물코마다 귀 잡힌 별빛들나도 당신이라는 깜깜한 세계를그렇게 다 물어 가고 싶다------------------------------------------------------------------초승달에 끌려가는 다양한 형태의 어둠, 어둠은 검은 물고기 코뿔소 고양이 귀 잡힌 별빛들 그리고 싱싱한 생선 비늘처럼 반짝이는 나뭇잎. 경일시단 | 경남일보 | 2020-09-13 18:11 [주강홍의 경일시단] 풀꽃 풀꽃 /윤석산육교(陸橋) 한 구석풀꽃 한 송이어디서 묻어와 싹이 큰 겐지무슨 힘으로 꽃을 피웠는지그것은 아무도 알 수 없지만콘크리트 바닥에 꽃을 피우며화판(花瓣) 가득 슬픈 하늘을 담으며그가 보아 온 걸 안다그가 참아 온 말을 나는 안다‘인간은 말하지 말라. 말하지 말라!’울고 싶도록 내려앉은 하늘 아래오늘도 말이 없는풀꽃 한 송이.-----------------------------------------------------갈라진 콘크리트 틈새에 뿌리를 내린 풀 꽃 무리.타이어의 압사와 어느 청소부의 삽자루 끝에 걸려있는 생이 위 경일시단 | 경남일보 | 2020-09-06 16:57 처음처음이전이전123456789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