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7,503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지난기사검색] 전체11.20(금)11.19(목)11.18(수)11.17(화)11.16(월) 오늘의 저편 <40> “여, 여보게!” 단걸음에 사립문밖으로 달려 나온 화성댁은 급한 김에 목청부터 뽑았다. “아. 예.” 광목 찢는 소리가 등에 척 달라붙는 순간 진석은 등이 후끈 달아오름을 느꼈다. ‘이상하다.’ 그대로 우뚝 서며 진석은 동공에 힘을 주었다. ‘여보게’라고 했던 화성댁의 그 말을 되씹었다. 그녀에게 발각되는 순간 온갖 저주를 다 퍼부으며 민숙이 근처엔 얼씬도 하지 말라고 할 줄 알았다. “들어오게. 그냥 가면 어떡하나?” 김 씨 일로 기가 죽어 있는 것 같아서일까. 화성댁은 진석이가 썩 곱거나 보기 싫을 정도로 밉지는 않았지만 왠지 연재소설 | 이해선 | 2012-03-29 15:35 오늘의 저편 <39> 여름이 무르익고 있는데 벌써부터 가을 맞은편에 있는 새봄을 기다리면 계절이 욕할까? 그래도 화성댁은 봄이 무척 그리웠다. 일본이 망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하는소문이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었다. ‘이년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아침이라고 한술 뜨기 위해 보리밥을 바가지에 좀 뜨고 간장 종지를 곁들여 마루 끝에 걸터앉던 화성댁은 허공에다 민숙의 얼굴을 그렸다. ‘어미 생각은 눈곱만큼도 안하는 년!’ 경성으로 간 이후 통 소식이 없는 딸을 생각하면 그녀는 이가 바드득 갈릴 정도로 괘씸했다. ‘입덧하느라 잘 처먹지도 못할 텐데…….’ 보리밥 연재소설 | 이해선 | 2012-03-29 15:35 오늘의 저편 <38> 민숙은 서둘러 호롱을 등잔대에 올렸다. 다행히 석유가 방바닥에만 번져 있을 뿐 홑이불이나 옷가지에는 튀지 않은 것 같았다. “……일어났니?” 이른 아침 여주댁은 안방에서 나오며 창호지문에 비친 민숙의 그림자를 보고 조용히 말을 걸었다. 오늘 아침에는 ‘새악아’ 라고 하는 소리가 잘 나오지 않아서 쏙 빼고 말했다. “예 어머니.” 민숙은 아무 일도 없었던 얼굴로 방문을 열었다. ‘여우같은 것!’ 그러나 여주댁은 마음을 잘도 꼭꼭 숨기곤, “너 잠버릇이 아주 고약한 모양이구나.”민숙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코로 큼큼 냄새를 맡았다. 연재소설 | 이해선 | 2012-03-29 15:34 처음처음이전이전이전371372373374375376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