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돈 100만원 중 60만원도 못써
번돈 100만원 중 60만원도 못써
  • 연합뉴스
  • 승인 2013.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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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자산 감소 탓…수출부진·인구고령화도 원인
지난해 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율이 처음으로 60%를 밑돌았다.

100만원을 벌어들인 가구가 소득 중 60만원도 채 안 썼다는 뜻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소비지출 감소가 저축이 증가했기 때문이 아니라 불황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탓이라는 점이 걱정스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 소비지출 감소는 기업 실적에 타격을 입혀 실물경제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계 자산가치'뚝'…고소득자도 지갑 닫아

가구의 소비지출 감소는 여러 지표상에서 드러난다.

12일 금융투자업계와 통계청에 따르면 백화점 매출증가율은 2005년 이래 8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마이너스 증가율(-0.3%)을 기록했다.

생필품 소비에도 지갑이 닫혔다. 작년 대형마트 매출증가율 역시 -3.3%로 집계돼 지난 8년 동안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작년 소비지출이 감소한 주요 원인으로 부동산 시장 침체를 꼽았다.

집값이 지지부진하면서 부동산 가치 증가로 소비가 늘어나는 ‘자산효과(wealth effect)’도 발생하지 않았고, 오히려 집을 소유했음에도 무리한 대출과 세금 부담으로 빈곤에 직면하는 ‘하우스 푸어’만 늘고 있는 실정이다.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 박상현 상무는 “심지어 고소득층도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자산소득이 감소하고 저금리 기조에 따른 이자소득도 줄어 투자심리가 위축한 상태여서 소비지출을 줄였다”고 진단했다.

‘수출 회복→기업실적 개선→고용 확대→가구소득 증가→소비 활성화’라는 선순환의 첫걸음이 될 수출시장이 현재 엔화약세와 원화강세라는 환율문제 탓에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점도 소비지출 부진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소득대비 소비지출이 감소한 원인을 좀더 구조적인 측면에서 찾는 관점도 있다.

바로 인구 고령화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노년층의 소비성향이 강해져야 함에도 한국의 노년층은 노후대책과 준비가 부실한 탓에 오히려 지갑을 닫는다는 분석이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국내 노년층은 평균수명은 길어지는데 노후대책이 부족해 벌어놓은 돈을 장기간에 걸쳐 소비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소비를 줄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부동산ㆍ고용시장 활성화…중장기적 해법 필요

전문가들은 소비지출이 활성화하려면 소득 자체가 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교보증권 임동민 연구원은 “가처분 소득이 증가한 상태에서 저축 규모가 늘어나 소비가 줄어든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니겠지만 소득은 정체한 상황에서 저축도 못하고 소비도 줄어든다면 걱정스러운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금융투자업계와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으로 가계 총저축률은 30.1%로 집계돼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포인트 하락했다.

결국 작년 소비지출의 부진은 소비를 하기에는 소득 규모가 부족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굳게 닫힌 가구의 지갑을 다시 열게 만들려면 부동산을 포함한 가계 자산가치를 증대시켜줘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상무는 “작년 12월 자동차의 내수 판매량이 늘어났다가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이 폐지되자 지난달 판매량이 급감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단기적 정책으로는 소비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가 활성화하려면 수출부터 회복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가계 소비가 늘어나려면 고용이 활성화해야 하는데 결국 수출이 회복해 기업이익이 늘고, 기업 투자가 확대해 고용이 증가하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밖에 이 연구위원은 “소비 여력이 있는 고소득 계층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여가, 문화, 의류, 복지 등 기존에 소비환경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부문의 인프라 구축과 규제 완화를 통한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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