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비 올라"…하늘만 보는 덕곡·지수 주민
"큰 비 올라"…하늘만 보는 덕곡·지수 주민
  • 곽동민
  • 승인 2012.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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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수·배수공사 아직도…지난해 폭우피해 악몽 여전
▲사진설명=진주시 지수면 용봉리 안계마을 주민들이 우엉을 수확하고 있다.

 

“매일 일기예보만 보고 살고 있습니다. 비가 내릴 때마다 악몽 같던 지난해 기억이 떠올라서 무서울 정도 입니다.”

지난해 기록적인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진주시 대곡면 덕곡리 덕곡마을과 지수면 용봉리 안계마을. 남강을 두고 자리잡은 두 마을은 지난 2006년 태풍 ‘에위니아’와 2008년 집중호우 때도 연이어 범람해 농경지 피해 및 도로 침수 등 주민 피해가 잦았던 곳이다.

1년만인 지난 9일 다시 만난 두 마을 주민들은 지금까지도 지난번 같은 수해를 당할까봐 불안한 마음을 안고 농사를 짓고 있었다.

매년 혹은 2~3년에 한번씩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수해에도 별다른 대책이 없다가 지난해 물난리를 계기로 제방공사, 배수장 설치 등 수해방지 사업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지만 문화재 조사, 작물·땅값 보상 등 복잡한 문제로 치수 사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진주시 특산물인 마와 우엉을 주로 재배하는 지수면 용봉리 안계마을. 이날 안계마을에서는 우엉 수확이 한창이었다. 직접 포클레인을 몰아 수확을 하던 김성문(50) 이장은 지난해 입은 수해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했다.

김 이장은 “마을 주민들은 우리마을이 물이 쉬어가는 곳이라는 얘기까지 하고 있다”며 “진주시 특산품인 마와 우엉을 재배한다는 자부심으로 버텨왔지만 매년 이렇게 피해를 입으니 한없이 기운이 빠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2003년 매미 태풍 당시 수해를 입고 난 뒤 국토부와 경남도, 진주시와 국회의원에 진정서를 냈고 8년여 만인 2011년 말 제방공사가 시작됐다”면서 “2015년 말 완공예정이라 들었는데 착공한지 6개월이 넘도록 아직 제대로 공사를 시작 하지도 못하고 있으니 과연 그때까지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용봉리 일대가 대상인 ‘남강 용봉지구 하천개수공사’는 현재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서 시행하고 있다.

현장사무소 관계자는 오는 9월 말께 마 수확이 끝나야 문화재 조사, 토지 보상 등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하천개수공사는 2015년 말에 완료 예정인 공사라 당장으로서는 수해 방지 효과를 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오는 23일 보상평가사들이 작물과 토지에 대한 심사를 진행하고 8월 중순께 개별 통보를 할 계획이니 그 때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평가 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시공사도 공사 진행이 더뎌지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주민들은 발주가 되고 나면 바로 공사가 진행되고 가시적인 효과가 보이길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게다가 올해 주민들이 바라는 보상가가 설계 당시 주민들이 요구한 보상가보다 두배 이상 뛰면서 협의가 길어지는 것도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진주시 대곡면 덕곡리에서 피망을 재배하고 있는 김진식(33)씨도 비 소식을 전하는 일기예보를 접할 때마다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9일 찾은 김씨의 하우스 시설에서는 수확이 끝난 뒤 시설정비가 한창이었다.

김씨는 올해 피망 수확을 조금 앞당겼다. 지난해 하우스 안으로 김씨의 키만큼 물이 차올라 한 해 농사를 완전히 망쳐버렸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장마기간이 시작되기 일주일 전 쯤 서둘러 수확을 마쳤지만 그렇다고 걱정이 가시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여름까지는 배수장 공사가 완료된다는 말에 지난해 시설 수리를 하면서 양액재배 시설을 설치했다”며 “그런데 배수장이 올해 말은 되야 완공이 된다니 남은 장마기간이나 태풍 때 또 비가 많이 올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농어촌공사 진주·산청지사 지역개발팀 조만욱 차장은 배수장 전체 공사가 완료된 것은 아니지만 배수기를 운용하기 위한 주요 기자재 설비 설치는 모두 완료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덕곡배수장은 비상발전기 등 내부 설비 시공은 대부분 마무리가 돼 응급배수는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며 “원래 덕곡마을 지역은 자연배수로도 충분했던 지역이지만 최근 시설농가가 늘면서 배수장 설치 요구가 증가해 예산을 집중 투자해 건설 중이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응급배수는 가능하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 위해선 올해 말까지 완료 예정인 배수로 토공 공사가 완료돼야 하기 때문에 배수로에 편입되는 토지와 작물 등의 보상도 하루빨리 마무리 지을 것”이라며 “마을 전체를 아우르는 2.7km 길이의 배수로 공사가 완료되면 더이상 덕곡마을 주민들이 걱정하실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파프리카 수출농가가 밀집한 대곡면 덕곡리 일원은 2011년 집중호우 당시 전체 농경지 76㏊ 중 50㏊가 물에 잠기면서 시설하우스 작물의 피해가 컸다. 안계마을 역시 지난해 수해 당시 남강 무제보 범람으로 60여세대가 고립되고 우엉과 마 등 수확기를 앞둔 작물이 모두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진주시 집계에 따르면 당시 지수면과 대곡면 두 곳이 수해로 입은 피해액만 해도 11억4000여만원(공공·사유시설 포함)에 달한다.

곽동민기자 dmkwak@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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