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세계 3대 정원 쇼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세계 3대 정원 쇼
  • 경남일보
  • 승인 2024.05.2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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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만나기 가장 좋은 장소는 정원이다. 땅을 파다 보면 만나게 된다.”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 겸 소설가이자 비평가였던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의 말이다.

한편 독일계 스위스인 문학가이자 예술가였던 헤르만 헤세(Hermann Karl Hesse)는 다음과 같이 정원 가꾸기의 즐거움과 가치를 예찬하고 있다. “사람들은 한 뙈기의 땅을 자신의 생각과 의지대로 바꾸어 놓는다. 여름을 기대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과일과 색과 향기를 창조해낼 수도 있다. 정원을 꾸미며 느끼는 창조의 기쁨과 창조자로서의 우월감이 바로 그것이다. 작은 꽃밭, 몇 평 안 되는 헐벗은 땅을 갖가지 색채의 물결이 넘쳐나는 천국의 작은 정원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삭막한 도회지의 삶보다는 자연 친화적인 삶이나 여유롭고 질 높은 삶을 원한다면 정원을 가꿔볼 일이다. 영국인들의 정원 사랑은 유별나서 사람을 평가할 때도 그 집 정원의 수준으로 평가한다고 한다.

정원은 집이나 궁궐·서원·사찰 등 단위적인 건물에 딸린 뜰이나 동산·못 등의 공간을 가꾸고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다. 정원은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가장 직접적이며, 의도적이고 미적인 방식이다. 정원만을 별도로 꾸미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우리가 사는 공간, 즉 집에서 자연을 경험하기 위한 목적이다. 정신과 의사이자, 30년간 정원을 가꿔온 수 스튜어트 스미스(Sue Stuart-Smith)는 그의 저서 ‘정원의 쓸모(The Well Gardened Mind)’에서 정원이 인간의 마음에 어떻게 도움이 되고, 식물이 정신 건강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과학적, 심리학적으로 밝혀내고 있다. 막연하게 식물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도심 속 공원을 걷기만 해도 마음의 정화를 느낀 사람들이라면 그것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우울, 공황, 트라우마, 불안 같은 심리적인 문제를 겪는 사례자들을 만나 식물이 어떻게 그들의 마음을 바꾸고 궁극적으로는 삶을 변화시켰는지 직접 듣는 한편, 신경과학적, 진화론적인 측면에서도 식물이 우리에게 주는 이점들을 밝혀낸다. 그녀가 말하는 정원은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인위적인 모습으로서의 정원이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근원적인 본능을 치유하는 공간으로서의 정원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탐구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정원 가꾸기의 새로운 경향과 노하우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정원 쇼나 박람회들이 세계 곳곳에서 열리고 있지만, 가장 짜임새 있고 화려한 박람회는 영국의 첼시 플라워쇼(Chelsea Flower Show), 독일의 연방 정원 박람회(BUGA)와 함께 프랑스의 쇼몽 국제 가든 페스티벌(International Garden Festival of Chaumont sur Loire)이 세계 3대 정원 축제로 꼽힌다. 먼저 BUGA는 독일에서 격년제로 개최되는 박람회로서 ‘정원, 조경’ 및 이와 관련된 제반 분야를 총 망라한다. 실제로 공원이나 정원을 조성하여 보여주며 박람회가 끝난 뒤에는 개최 장소가 시민공원으로 남는 것이 특징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환경보호, 기후보호가 테마로 수용됐으며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최근의 경향이다.

한편 첼시 플라워 쇼는 세상에서 가장 권위 있는 원예 행사라 할 수 있다. 원예 분야에서 유명한 사람들이 모여 작품을 선보이며, 대중들은 꽃, 식물, 그리고 디자인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그 전부터 다른 장소에서 이미 진행되었던 역사적인 행사였지만, 1912년부터 첼시 왕립 병원(Royal Hospital Chelsea)에서 계속 열리고 있다. 여왕과 왕족이 참가한 후인 20세기부터 방문자가 급격히 늘었다. 매년 15만여 명의 사람들이 방문한다. 끝으로 쇼몽 국제 가든 페스티벌이 열리는 쇼몽(Chaumont-sur-Loire) 성은 프랑스 중부지방을 동서로 흐르는 280㎞ 길이의 루와르 강변에 있는 여러 성 가운데 하나다. 쇼몽 성은 19개의 고성과 함께 2000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될 정도로 19세기의 아름다운 성과 문화유산으로 유명하다. 매년 40만 명의 관람객들이 방문할 만큼 고성을 중심으로 전시된 아름다운 정원과 경관을 자랑한다.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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