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전체 1,199건)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175>
산 중간쯤 내려가던 화성댁은 한사코 팔로 어둠을 휘젓기만 했다. 몸을 의지할만한 아무 것도 잡히지 앉자 발을 조심스레 앞으로 내밀었다. ‘어, 어, 저, 절벽??? 대체 여기가 어디란 말이던가?’ 발밑에도 디딜만한 것이 느껴지지 않자 화성댁은 얼른 발
경남일보   2012-09-07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174>
민숙은 진석에게 단단히 약속을 받았다. 용진의 첫돌이 지날 때까지는 절대로 나쁜 생각 같은 건 하지 않기로. 이틀 뒤 형식은 서울로 돌아갔다. 그때까지 정자는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부산에서 아주 자리를 잡아버렸다는 소문이 돌다간 피난길에 잘못되었다는
경남일보   2012-09-06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173>
형식은 놀란 눈으로 민숙과 화성댁을 번갈아 보았다. 화성댁은 딸과 관을 번갈아 보며 눈을 허옇게 떴다. 형식은 나무못을 꺼내들었다. 누나가 정신을 잃고 있을 때 진석의 장례를 치러버리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순희 아범!” 화성댁이 또 북어 찢는 소
경남일보   2012-09-05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172>
화성댁은 헛기침을 했다. 빨리 관 뚜껑에 못질을 하라는 뜻이었다. ‘사망한지 사흘이나 되었는데???’ 얼굴색만 보면 사망한 것이 틀림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진석의 시신에서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던가? 형식은 난처한 얼굴을 했다. ‘빨리, 어서 빨리 관
경남일보   2012-09-04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172>
화성댁은 헛기침을 했다. 빨리 관 뚜껑에 못질을 하라는 뜻이었다. ‘사망한지 사흘이나 되었는데???’ 얼굴색만 보면 사망한 것이 틀림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진석의 시신에서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던가? 형식은 난처한 얼굴을 했다. ‘빨리, 어서 빨리 관
경남일보   2012-09-04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171>
“이제 보내줘라. 살아 있었으면 진즉에 깨어났을 것이다.” 화가 난 화성댁은 형식에게 그었던 눈길을 지게 있는 쪽으로 끌어갔다. 전쟁 중인 데다가 나환자여서 삼일장을 챙기고 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고맙게도 사위가 스스로 자기 무덤까지 파두었으니 일
경남일보   2012-09-03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170>
마음 같아선 의사의 멱살을 끌고 가서 진석을 살려 놓으라고 협박이라도 하고 싶었다. 진석이가 나환자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고독히 머리를 가로저었다. “없습니다.” “피를 넣어주면 되잖아요?” 주워들은 말을 무심결에 뱉어버렸다. 말을 해 놓고 보아도 꿈같
경남일보   2012-08-31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169>
아침 해가 벌건 혀를 동산 위로 내밀고 있었다. 세상의 온갖 것들의 겉모습이 유감없이 드러나고 있었다. 진석을 그의 집 뒷방에 뉘고 나오는 형식의 옷에는 온통 피로 얼룩져 있었다. “혀, 혀 형식아??.” 민숙은 떨리는 음성으로 형식을 부르기만 할 뿐
경남일보   2012-08-30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168>
진석은 들고 있던 칼로 팔목을 그었다. 기지개를 켜던 먼동이 그가 누운 무덤으로 끼쳐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는 빨간 피를 선명하게 비추었다. ‘민숙아, 내 무덤에 흙만 덮어줘. 그리고 서울 가서 용진의 재롱을 실컷 보며 잘 살아야 해.’ 의식이 몽롱해
경남일보   2012-08-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167>
어둠으로 잠을 누리고 있던 화성댁은 잠결에 들려오는 민숙의 목소리를 듣고 눈을 가늘게 떴다. 일어나야 한다는 의식이 꿈틀거렸지만 오늘따라 녹작지근한 몸이 말을 듣지 않아 목만 문 쪽으로 돌렸다. “왜 또? 무슨 일이냐?” 귓전에서 울리는 다급한 딸의
경남일보   2012-08-28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166>
칠흑 같은 어둠에 갇혀 있었던 진석은 빛을 발견했다. 죽음으로 절망에서 해어나려고 했던 그는 이제 생의 가치를 뼈저리게 느낄 줄도 알았다.“여보, 용진 아빠!” 비명을 지르며 방을 뛰쳐나간 민숙은 텅 빈 뒷방을 확인하고 말았다. “어머니이! 어머니이!
경남일보   2012-08-27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165>
“예엣? 장모님께서 어떻게 여길???” 난데없는 화성댁의 출현에 진석은 당황했다. 아직도 어둠이 주변을 감싸고 있었지만 장모의 손에 밧줄이 들리어져 있다는 것 정도는 직감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죽는 것이 소원이라면 누가 말리겠나? 어디 이 장모
경남일보   2012-08-24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164>
“약속하신 거예요?” 울먹임을 간신히 억제하는 민숙. “며칠 더 산다고 설마 염라대왕이 날 잊어버리겠니?” 진석의 여유로운 말. ‘흥, 언제나 누나만 애가 타지. 바보처럼 왜 그렇게 사는 거야?’ 형식은 중얼거리며 담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음 같아선
경남일보   2012-08-23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164>
“약속하신 거예요?” 울먹임을 간신히 억제하는 민숙. “며칠 더 산다고 설마 염라대왕이 날 잊어버리겠니?” 진석의 여유로운 말. ‘흥, 언제나 누나만 애가 타지. 바보처럼 왜 그렇게 사는 거야?’ 형식은 중얼거리며 담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음 같아선
경남일보   2012-08-23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163>
화성댁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미워할 수 없는 사위가 여간 밉지 않은 탓일까. 변함없이 슬겁게 다가오는 형식을 보면서 사위삼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고질병처럼 재발하고 있었다. 본처에게 정을 붙이지 못하고 이 우물 저 우물 갈아치우곤
경남일보   2012-08-22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162>
“이거 놔. 놔란 말야.” 화심은 잉잉 울며 악을 바락바락 썼다. 대문 밖의 소리를 고스란히 다 듣고 있던 민숙은 진석의 귀를 의식하며 뒷마당으로 향했다. 나병이 발병하고 난 후 귀가 더욱 밝아진 진석은 대문 밖에서 나는 소리를 다 듣고 있었다. 형식
경남일보   2012-08-21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161>
“아냐. 아니라니까?” 민숙은 당황히 눈물부터 훔쳤다. 형식의 오해를 풀어주어야 했다. ‘무슨 말부터 꺼낼까?’ 그녀는 형식의 옆얼굴을 힐끔거리며 상대의 눈치를 살폈다. “진석이 형은 잘 지내고 있죠?” 할머니의 장례를 치러 보았던 터여서 초상 치르는
경남일보   2012-08-20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160>
“순희야, 순희야.” 목이 메여 옴을 느끼며 형식은 큰소리로 딸의 이름을 불렀다. 메아리처럼 되돌아오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며 공허함에 휩싸였다. ‘피난길에 무슨 변을 당한 건 아니겠지?’ 집이 비어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그는 본능적으로 머리를 짧게
경남일보   2012-08-17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159>
‘내 딸은 문둥병자 치다꺼리나 하라는 건가?’ 용진을 안고 마을을 벗어나는 여주댁 모녀를 지켜보며 화성댁은 맥없이 중얼거렸다. 간밤에 안사돈이 일부러 찾아와서 오늘 떠날 것이라는 말은 했다. 용진을 데려갈 것이라고 하며 외손자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경남일보   2012-08-16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158>
여주댁은 통사정을 하고 있었다. 아들에게 나병이 발병하고 나서 그녀는 뼈저리게 후회하곤 했다. 밤마다 남편에게 아들을 보여주었다는 그 사실에 대하여. 단 한 번도 남편이 진석을 안거나 어루만지거나 하지 않았다. 오로지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을 뿐이었다
경남일보   2012-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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