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7,504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지난기사검색] 전체12.14(금)12.13(목)12.12(수)12.11(화)12.10(월)12.7(금)12.6(목) 오늘의 저편 <43> 화성댁은 가증스럽다는 눈으로 여주댁을 쏘아보았다. 애를 낳아본 사람이 한 달 가까이 민숙이 년을 끼고 있었으면서 그 년 뱃속에 아이는커녕 애 그림자도 없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겠는가. 과부사정 과부가 잘 아는 법이고 자기자식 귀하면 남의 자식 귀한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었다. “우선 들어가십시다.” 여주댁은 화성댁의 등을 얼른 대문 안으로 밀어 넣었다. 체념어린 얼굴로 그냥 세상만사가 다 귀찮다는 표정이었다. “어, 어머니가 어떻게?” 마루 끝에 앉아 청승을 떨고 있던 민숙은 화성댁을 보고 파랗게 질렸다. 슬금슬금 방으로 뒷걸음질 연재소설 | 이해선 | 2012-03-29 15:37 오늘의 저편 <42> 머리통에 온통 진석이 놈 생각으로 가득한 딸년이 아닌가. 여주댁 손을 붙잡고 어머님 어쩌고 해 가며 경성에 있게 해 달라고 눈물을 찔찔 짜대면 입으론 가라고 하면서도 못이기는 체하고 계속 끼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화성댁은 멱살잡이를 해서라도 민숙을 학동으로 데리고 올 작정이었다. 동숙의 집이 종로 어딘가에 있다는 말만 듣고 있었지 그곳에 혼자 찾아갈 엄두는 내지 못하고 있었다. “여…보게, 아니 학생!” 막 마을을 벗어나고 있는 진석을 발견한 화성댁은 급한 김에 광목천을 북 찢는 목소리로 불렀다. “예엣? 아 예.” 툭탁거리는 소 연재소설 | 이해선 | 2012-03-29 15:37 오늘의 저편 <41> “민숙이가 경성에 갔습니까?” 진석이도 굳이 말을 돌리지 않았다. “그렇다네. 입덧하는 년을 끼고 있을 수가 있어야지. 동네 사람들 눈도 있고 해서 자네 누이 집에 보내지 않았겠나?” 화성댁은 주위를 살펴가며 조용조용 말했다. “입덧? 하!” 얼굴이 노래지며 진석은 기절할 듯 놀랐다. 비로소 화성댁이 하게체로 대해준 이유도 알 것 같았다. ‘민숙이가 어쩌자고 그런 거짓말을?’ 미주알고주알 더 주워듣지 않아도 진석은 그녀가 지금 여러 사람을 속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직 그녀와 손도 잡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할 수는 없 연재소설 | 이해선 | 2012-03-29 15:36 오늘의 저편 <40> “여, 여보게!” 단걸음에 사립문밖으로 달려 나온 화성댁은 급한 김에 목청부터 뽑았다. “아. 예.” 광목 찢는 소리가 등에 척 달라붙는 순간 진석은 등이 후끈 달아오름을 느꼈다. ‘이상하다.’ 그대로 우뚝 서며 진석은 동공에 힘을 주었다. ‘여보게’라고 했던 화성댁의 그 말을 되씹었다. 그녀에게 발각되는 순간 온갖 저주를 다 퍼부으며 민숙이 근처엔 얼씬도 하지 말라고 할 줄 알았다. “들어오게. 그냥 가면 어떡하나?” 김 씨 일로 기가 죽어 있는 것 같아서일까. 화성댁은 진석이가 썩 곱거나 보기 싫을 정도로 밉지는 않았지만 왠지 연재소설 | 이해선 | 2012-03-29 15:35 처음처음이전이전이전371372373374375376끝끝